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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 1 - 노벨 물리학상) 기후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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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1-10-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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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GIFTED TIMES - ISSUE 기사는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으로 총 3부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1부 - 노벨 물리학상(기후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보며)

2부 - 노벨 화학상(원석을 찾아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화학자)

3부 - 노벨 생리의학상(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온도와 기계적 감각에 대한 수용체 발견)




[2021.10.25.]


기후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보며


민승기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슈쿠로 마나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리고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에게 공동으로 수여 되였다(아래 그림). 파리시 교수는 무질서한 물질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넓힌 공로를,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의 경우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예측 방법론을 개척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기후과학 분야에서 아니 지구과학 분야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전 세계적인 이슈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한 앞으로 차세대 과학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림 1]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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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1.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Wed. 27 Oct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21/summary/>


 최근 미디어에서 지속해서 접할 수 있듯이 이상기후를 동반한 ‘기후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점점 빈번해지고 그 강도 또한 커지고 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 심각해지는 가뭄과 더불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산불, 더 강해진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등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이러한 기상재해들은 ‘기후 위기’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1 실무그룹(WGI)에서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https://www.ipcc.ch/report/ar6/wg1/, 아래 그림), 지난 150년간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는 약 1.1도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폭염, 호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였다. 또한,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바로 우리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증가임이 명백하며(“unequivocal”), 앞으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느냐에 따라서 추가적인 지구온난화의 크기와 그로 인한 기후재해 증가 폭이 결정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채택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온난화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이고 획기적으로 줄여야 함을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도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림 2] IPCC 실무그룹1 6 차 보고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 표지 


 이러한 ‘기후 위기’의 문제를 전 세계가 거의 사실(fact)로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대응책을 준비한다는 것은 인위적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그만큼 확실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과학적 증거들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며 지난 수십 년간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의 산실이다. 그 시작점에 있는 두 기후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수여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오히려 너무 늦은 감도 있다.

 온실가스가 증가했을 때 미래의 기후변화 예측은 어떻게 가능할까? 하나뿐인 지구를 대상으로 직접 이런저런 실험을 할 수 없고 ‘가상의 지구’가 필요한데 현재 기후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물리학의 기본법칙을 바탕으로 지구 기후를 모의하는 컴퓨터 코드인 “전 지구 기후 모델”이다. 슈쿠로 마나베 교수는 이러한 전 지구 기후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과학자이다. 그는 1959년 동경대에서 기상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프린스턴 대학으로 건너가 최근까지 기후 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바뀔 때의 지표부터 성층권까지의 기온변화를 처음으로 수치 모델을 이용하여 추정하였는데 300ppm에서 600ppm으로 두 배 증가했을 때 지표 온도가 약 2.4도 증가함을 보였다. 이는 현재의 추정치와 매우 비슷한 결과로 특히 실제 지구에서 나타나는 대류와 구름 등의 물리현상의 영향을 반영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기후 모델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아래 그림). 실제 마나베 교수는 이 논문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끌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하며 단지 호기심을 가지고 60년 동안 푹 빠져서 연구해왔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그림 3] 마나베 교수가 도입한 기후모델, 복사평형과 함께 실제 지구에서 나타나는 대류현상과 수증기의 온실가스 되먹임 효과를 고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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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기후변화 예측이 기후 모델을 통해 가능해졌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클라우스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음을 밝혀내는 기후변화 원인 규명 방법론의 창시자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 때문임을 밝히려면 우선 지구가 자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후의 변동이 얼마나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셀만 연구원은 1976년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기후 시스템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변동성의 개념 모델을 제시하였다. 나비효과로 알려진 매일매일 변하는 날씨로부터 천천히 변하는 해양의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고, 이는 기후 모델이 모의하는 변동성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게 주었다. 199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아내는 “지문” 방법을 제안하였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로 대표되는 인위적인 요인들과 태양 활동과 화산활동을 포함하는 자연적인 요인들은 각각 특징적인 기후변화 패턴을 남기는데 이러한 지문 패턴들이 실제 관측에 존재하는지를 자연적 변동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론이 개발됨에 따라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관측된 전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이바지를 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래 그림), 후속 연구를 통해 전 지구 물순환의 강화, 북극 해빙을 포함한 빙권의 감소, 해들리 순환과 인도-북서 태평양 웜풀을 포함한 열대 영역의 팽창, 전 지구적인 폭염과 호우의 증가 등에서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증거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과거 기후변화의 대부분이 인간 때문임이 명확해지면서 기후 모델을 이용한 미래 기후변화 전망도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 4] 하셀만 연구원의 "지문" 방법 적용 예시. 관측과 기후 모델 모의 결과의 패턴을 비교한 결과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주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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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의 이러한 개척 연구들이 없었다면 인위적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미래 예측, 그리고 인류의 공동 대응 노력은 훨씬 어려워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순수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도전해 얻은 값진 결과이다. 하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물리학, 수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커다란 밑거름으로 작용했음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하셀만 교수는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브라운 운동의 개념 등 물리학의 이론들을 기후에 처음으로 접목한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러한 시도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물리학, 화학, 수학 박사가 기후 문제로 전향하여 세계적인 기후과학자가 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다학제간 융합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분야 간의 교류와 협력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기초과학의 견고한 뿌리를 가지고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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