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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 2 - 노벨 화학상) 원석을 찾아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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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1-10-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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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GIFTED TIMES - ISSUE 기사는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으로 총 3부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1부 - 노벨 물리학상(기후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보며)

2부 - 노벨 화학상(원석을 찾아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화학자)

3부 - 노벨 생리의학상(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온도와 기계적 감각에 대한 수용체 발견)




[2021.10.25.]


원석을 찾아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화학자


최인성

KAIST 화학과 교수



 흰 실험복에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예쁜 색깔의 액체가 들어 있는 플라스크를 쳐다보고 있는 연구원.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학연구원의 모습일 것이다. 그들이 하는 것은 반응이다. 화학반응이다. 그들은 화학반응을 통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든다. 신약과 신소재 등 인류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다. 2021년 노벨 화학상은 화학반응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두 명의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벤자민 리스트(Benjamin List)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데이비드 맥밀란(David MacMillan)은 “비대칭 유기촉매반응(asymmetric organocatalysis)”을 개발한 공로로 2021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림 1] 202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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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1.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Wed. 27 Oct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1/summary/>



 “비대칭 유기촉매반응”... 어려운 말이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중학교 과학 과목에서 배운 기억을 떠올려보면, “촉매”는 화학반응 속도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속도를 빠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촉매”라고 하면 화학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신약을 만드는 데 12개의 연속적인 화학반응이 필요하다고 할 때, 만약에 한 반응이 완료되는 데 한 달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신약 합성을 위해서는 1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를 사용하여 각 반응의 완료 시간을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면 하루 만에 신약 합성이 가능하다. 촉매반응 연구가 화학 연구 분야 중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림 2] Benjamin List Pr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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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말까지 물질 합성에 있어서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두 가지 촉매에 의존해서 진행되어 왔었다. 효소촉매와 금속촉매이다. 생명체에서 발견된 주로 단백질을 근간으로 하는 생체촉매인 효소(enzyme)는 삶을 지속시키는 데 필요한 화학반응을 우리 몸 안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생명체 안의 효소촉매반응을 플라스크 안의 화학반응에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생명체 내 촉매반응 중에는 금속, 다른 말로 미네랄이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 많다. 이 반응을 플라스크 안으로 옮겨 놓은 것이 금속촉매반응이다. 20세기 말경, 리스트와 맥밀란은 서로 독립적으로 제3의 촉매반응인 유기촉매반응을 제안하고 플라스크 내에서 시연하였다. 작은 유기물, 다른 말로 저분자가 촉매로 작용하는 반응이다. 물론 생명체 내에서 저분자가 촉매로 작용하는 반응은 알려져 있었다. 리스트와 맥밀란은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플라스크로 옮겨와, 원하는 화학반응을 화학자의 디자인에 의해 유기촉매반응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림 3] David MacMillan Organocat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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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화학반응이란 무엇일까? 대표적인 예가 “비대칭 반응”이다. 생명체 내의 대부분 물질은 거울상 대칭적 물질 중에 하나의 물질로만 존재한다. 왼손 물질과 오른손 물질 중에 하나만 선택되어 존재한다. 셀카 사진과 일반적 사진은 대칭이다. 두 사진 중에 하나만 선택된다. 셀카 사진만 찍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거부한다. 생명체 내의 물질도 자신과 다른 대칭성을 가지는 물질을 거부한다. 신약을 개발할 때 대칭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셀카 사진과 일반 사진을 잘 구별하여, 한 종류의 사진만을 찍어야 한다. 왼손 물질과 오른손 물질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왼손과 오른손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여 입체적으로 같지는 않지만, 언뜻 보면 같다. 그 구별을 잘하여, 한쪽 물질만 합성하는 것이 비대칭 화학반응이다. 리스트와 맥밀란은 저분자 유기물질만을 사용하여도, 저분자 유기물질을 화학적으로 잘 설계하면 비대칭 화학반응이 효율적으로 진행됨을 보였다. “비대칭 유기촉매반응”을 개발하였다.


[그림 4] S-LIMONENE & R-LIMON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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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와 맥밀란의 연구는, 원석을 찾아 이를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연구라고 할 것이다.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눈앞의 보석 값어치만 따지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눈앞의 경쟁을 뛰어넘어 원석을 찾고자 하는 도전적 모험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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