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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 3 - 노벨 생리의학상)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온도와 기계적 감각에 대한 수용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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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1-10-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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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GIFTED TIMES - ISSUE 기사는 노벨상 수상자 해설 특집으로 총 3부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1부 - 노벨 물리학상(기후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보며)

2부 - 노벨 화학상(원석을 찾아 가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화학자)

3부 - 노벨 생리의학상(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온도와 기계적 감각에 대한 수용체 발견)




[2021.10.26.]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온도와 기계적 감각에 대한 수용체 발견


손종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신경계가 온도 변화, 통증, 압력 등 일반적인감각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 기전을 규명한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와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에게 수여 되었다.


[그림 1]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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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1.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Fri. 29 Oct 2021.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의 특수 감각은 해당 기능 수행에 특화된 기관이 있고, 눈, 귀, 코, 혀에서 빛, 소리, 냄새, 맛 등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서 우리가 그 기전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로 피부를 통해 전달되는 일반적인 감각이 신경계의 전기 신호로 변환되는 기전에 대해서는 21세기가 다 되어서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 많은 사람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던 데이비드 줄리어스도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특히 데이비드는 고추나 고추냉이 등 천연물이 어떻게 통증을 유발하는지가 궁금했다. 어느 날 부인인 홀리 인그라함(Holy Ingraham)과 함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데이비드는 야채 코너에 진열된 칠리고추와 핫소스 앞에서 멈추어 “고추와 핫소스는 어떻게 매운 맛과 통증을 유발하는 걸까? 정말 모르겠네.” 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앞서 가던 부인은 데이비드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뒤돌아 와서 데이비드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데이비드는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질문에 대해 홀리에게 이야기했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였던 홀리는 그 얘기를 듣고는“그만 고민하세요. 흥미로운 질문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 실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바로 해 보는 게 어때요?”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데이비드는 연구실로 가서 같이 연구하던 박사후연구원인 마이클 카테리나(Michael Caterina)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고, 이야기를 들은 마이클은 곧바로 자신이 이 문제의 해결에 도전해 보겠다고 하였다. 데이비드와 마이클은 통증 전달 경로에 있는 등쪽신경절(dorsal root ganglion)에서 신경세포를 채취한 후 여기에 발현된 유전자를 모두 얻었다. 그리고는 유전자들을 약 16,000개씩 한 그룹으로 모아 세포에 발현 시켜 어떤 그룹의 유전자를 발현시켰을 때 그 세포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에 반응하는지 일일이 확인하였다. 열 한 번째 그룹에서 캡사이신에 대한 반응을 확인한 데이비드와 마이클은 이어서 그 그룹에 속한 유전자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였고, 수많은 시도 끝에 마침내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바닐라 유사 수용체 1(vanilloid receptor 1, VR1)이라고 명명하였다. 또한, VR1이 높은 온도에서도 활성화됨을 발견하고 이 결과를 1997년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하였다. 매운맛과 높은 온도에 의한 통증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키는 수용체인 VR1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발견이었다. 몇 년 후 VR1이 transient receptor potential(TRP) 이온통로라고 부르는 비선택성 양이온 통로(양이온인 Na+, Ca2+ 등을 모두 통과시키는 이온통로)의 한 종류임이 밝혀졌고, VR1을 TRPV1이라고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림 2] Capsaicin을 이용한 열 민감 통각 수용체(TRPV1)의 발견 


 한편, TRP 이온통로 중에 TRPM8은 멘솔에 반응하여 또는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되는데 이를 처음 발견하여 보고한 과학자가 바로 다른 수상자인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언이다. 아뎀은 레바논에서 태어났지만, 전쟁을 피해 18살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박사학위와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독립적인 연구자가 된 아뎀은 기계적 자극이 어떻게 전기적 신호로 전달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TRPM8 발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뎀은 2000년대에는 주로 TRP 이온통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TRP 이온통로는 다양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 중 기계적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알려진 TRP 이온통로 중에는 기계적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이 없었다.

[그림 3] 기계적 자극에 반응·활성되는 이온채널 PIEZO1,2의 발견 


 아뎀 연구실의 박사후연구원인 버트런드 코스테(Bertrand Coste)와 함께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하였다. 기계적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에서 이 현상을 매개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전자의 목록을 만들고 이를 하나씩 없애 보기로 한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를 테스트할 때마다 3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거의 1년 동안 쉬지 않고 테스트를 진행하였지만, 결과는 모두 허탕이었다. 그러던 중 72번째 유전자를 제거하였을 때 드디어 세포가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 후 원래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세포에 이 유전자를 발현시켰더니 이 세포가 기계적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세포가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데 이 유전자의 발현으로 생긴 이온통로가 필요하고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아뎀은 이 이온통로를 그리스어로 ‘압력’을 뜻하는 단어인 piezo라고 이름 붙이고 이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하였다. Piezo는 두 가지의 아형으로 존재하는데, 이 중 piezo2가 감각 전달 경로인 등쪽신경절에도 발현되어 있어 동물에서 압력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뎀과 그의 연구 그룹은 후속 연구를 진행하여 Piezo2가 압력뿐 아니라 관절과 근육의 위치를 느끼는 감각인 고유감각을 전달하는 데에도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요약하면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일반 감각인 온도, 통각, 압각, 고유 감각 등이 TRPV1이나 Piezo2와 같은 이온통로 통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며 이것이 우리가 신경계를 통해 세상을 느끼는 중요한 기전이라는 것을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 준 발견은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언이 본인만의 질문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림 4] TRP와 PIEZO 발견을 통한 신경계의 열, 추위, 촉감 신호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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