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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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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Meeting-people 작성일21-10-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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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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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ics for better life>, 진짜 아이언 맨을 만드는 교수님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님을 만나다


2021.10.21. 인터뷰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더욱 가속화된 AI 기술과 공학은, 평범한 사람을 초인으로 만들어 주는 '아이언 맨' 슈트를 꿈꾸게도 하고, 영국의 미니 시리즈 ‘블랙 미러’처럼 인간의 본능과 결합하여 다양한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고, 공학과 과학기술 분야에는 앞으로 더욱더 많은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해 가고, 인재들을 양성하는 여러 훌륭하신 분 중, 오늘은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공경철 교수님은 로봇 공학자로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 로봇 슈트를 개발하시는 분이다. 2020년 11월에는 국제 장애인 로봇 올림픽인 ‘사이배슬론’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해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는데, 공경철 교수님을 만나 하고 있는 일과 연구에 대한 생각과 철학 등을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서 제어하고 로봇 분야 가르치고 있고요 공경철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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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A. 어릴 때는 밖에서 뛰어 놀다가 다섯시 반 되면 집에 돌아가는 평범한 꼬마 남자애였습니다. 그저 로봇 나오는 만화 영화 좋아하는 그런 꼬마였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장래 희망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로봇 과학자”라고 적은 것이 어떻게 보면 일종의 선언이 돼 버려서 로봇 공학자가 된 것 같습니다. 한 번 바뀐 거 같아요. 중학교 올라갈 때 '아, 로봇은 공학이구나!' 그래서 로봇 과학자에서 로봇 공학자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로봇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Q.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공부하게 된 건 언제부터 인가요?

A. 어릴 적부터 이러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당연히 어릴 때에는 막연하게 로봇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저는 사람한테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박사 과정 때는 로봇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는 의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로봇을 좋아하는데 사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보니 이런 사람을 도와주는 로봇 보조 로봇을 만들게 된 거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제가 학부 4학년 때 저희 지도 교수님과 ‘우리 앞으로 어떤 연구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면담하고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연구 과제에 대해 같이 찾아 주셨는데 그때 이 연구 분야에 확 꽂혔죠, ‘웨어러블 로봇 해야겠다!’ 그때는 막연하게 학생으로서 연구했던 거였고요, 제가 뭘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기획해서 만들기 시작한 건 박사과정 후반기부터였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어요.

A. 힘든 순간이라면 감정적, 체력적, 혹은 상황 그 자체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힘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아마 제일 힘들었던 때는 본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연구비가 없고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방향이고 이게 진짜 나의 비전이 보인다, 이대로만 하면 지금은 힘들지만 분명히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약간 불편하고 조금 고통이 있긴 하죠. 그런데 주변에 보면 정말 잘 갖춰진 환경이라도 자기가 정확하게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대로 가면 맞는 길인지를 모르면 결국에는 연구를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런 관점에서 저는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이걸 이뤄내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도전과 도박을 하긴 했는데 스스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 과정이 그렇게 힘들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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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요?

A. 제가 워낙 작은 것에서 감동 받고 보람을 느끼는 성격이라 하루 안에서도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굉장히 큰 보람이라면 제가 사회적 약자분들을 위한 기술을 만들다 보니 그분들의 삶이 더 나아졌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소아 보행 장애인을 대상으로 로봇을 만들었고 일부 병원에서 실제로 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 웨어러블 장비로 치료받은 아이가 보행 행동이 많이 개선되어 어머님께서 저에게 팬레터를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큰 보람입니다. 이게 연구자로서의 보람이라면 교수로서의 보람도 있습니다. 제가 바라본 비전이 학생에게 전파됐을 때 또 다른 의미의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후학을 하나 탄생시키는 그런 과정, 저희 연구실 학생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학부생, 가끔 면담을 요청하는 고등학생 등 저와 대화한 여러 학생들이 저에게 동화되어서 비전이 이렇게 전염되는 경우가 가끔은 있거든요. 그럴 때는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Q. 기계공학과에 와 보니, 여학생들이 꽤 보입니다. 기계공학이나 로봇 연구가 여학생들이 전공하기에 어떤점에서 적합한 분야인가요?

A. 제가 고등학교 때, 로봇을 공부하고 싶어서 막연하게 전자공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가 만났던 몇몇 교수님들께서 저의 관심 분야를 들으시고는 제 지원 학과를 기계공학과로 바꿔주셨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기계공학에 대해 오해했습니다. “기계공학”이라고 하니 기계가 많을 것 같고 망치질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미국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갔을때 처음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연구실 문을 딱 열고 들어가는데 절반이 여성이었고, 제가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와 문화가 있어서 굉장히 참신했습니다. 이것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공학이라는 게 조금 잘못 정의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체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실험하는데도 몸으로 해야 되는 점들이요. 이런 점은 사실 로봇 공학에서 일부입니다. 로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와 그 속에 들어가는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여학생들이 굉장히 일가견을 보일 수 있습니다. 로봇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시뮬레이션을 하고, 저희 로봇 같은 경우에는 실제 대상자 분들을 만나야 합니다. 저희 로봇은 이 로봇을 착용하실 분들과 얼마나 교감이 잘 이루어졌느냐가 연구성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 있어서는 여학생들의 역량은 뛰어납니다.

 이성적인 판단과 계산을 한 후,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공학 전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기획하려면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하고 그 안에서 진짜 필요한 게 뭔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이런 감성적인 과정이 전제가 되어야 로봇이 의미있어집니다. 그래서 전체 과정에서 어디가 남자 영역, 어디가 여자의 영역 이런 건 전혀 없고, 다양한 전공과 성별, 나이가 모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게 공학입니다. 공학은 뭔가 의미가 있어야 해요. 과학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공학의 결과물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연구 결과가 실제 인간사회의 무엇을 바꾸었다 하는 점이 있어야만 진짜 공학이거든요. 생각해 보시면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역할들이 필요하겠습니까? 공학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학문인 거지, 뭔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뭔가 계산해서 만드는 과정은 공학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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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약자를 돕기 위해 개발된 입는 로봇이 전쟁에 투입되는 등,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법적 윤리적인 개발 제한이나 조치 등이 마련되어 있나요?

A. 아직 법으로 제재하지는 않지만, 로봇에 대한 윤리법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몇 퍼센트까지 대체할 수 있느냐와 같은 것들입니다. 로봇은 알고리즘만 바꿔주면 생산성을 아주 극대화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로봇의 생산성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다고 했을 때 특정한 어떤 법적인 규제가 있지 않고 사람의 몸을 너무 많이 도와주면 몸이 점차 퇴보하게 되고, 또 전혀 도움이 안 되면 입을 필요가 없게 되죠. 딱 필요한 만큼의 보조를 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의 기술적인 철학입니다.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연구하는 것이 의료기기로 적용될 때에는, 이 로봇이 실제 환자나 장애인 분들에게 갈 때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가 통과해야 할 법적 기준이 수천 가지가 넘습니다. 법적으로 다 정해 뒀거든요. 뭐 전체 중에서 버텨야 되는 무게는 얼마인지, 안전계수는 얼마인지, 사용자에게 가해지는 온도는 몇 도인지, 소음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배터리는 어떻게 하고 이것들을 법으로 다 정해뒀습니다. 그런 부분은 저희가 반드시 맞춰야 하는 법적인 제한입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저희가 벌여 둔 일에 비해 아직 너무 완성된 게 없어서요. 저희가 하겠다고 한 것만이라도 일단 빨리 잘하고 싶습니다. 세세한 기술의 측면에서는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 점은 연구를 통해 시도해 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큰 틀에서는 제 연구실과 제 창업기업의 비전이 항상 Robotics for better life이거든요. 누군가의 삶을 좋게 하기 위한 로봇 공학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그 비전을 실행해 나가는 게 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켜가고 싶은 목표입니다. 그걸 실현하는 방법은 그때그때 계속 바뀔 것 같습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Q. 과학자나 공학자의 꿈을 꾸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A. 분야마다 연구자의 독특한 연구 습성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공학 분야 연구자의 기본 소양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과학은 이전에 이어졌던 이론과 새로운 것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잖아요? 근데 공학 분야는 항상 새로워야 해요. 그 새로움을 생각한다는 것은 제가 어제까지 해 왔던 모든 일이 오늘 아침에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연구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스스로가 피해 가야 할 게 더 많아지는 거죠. 진짜 새로운 것을 탐색하면서 나 자신을 스스로 깨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공학 쪽에 좀 더 맞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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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경철 교수님의 인생책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사실 이 질문을 보고서는 은근히 부담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내 인생을 바꾼 책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책을 끝까지 본 게 인생을 통틀어서 몇 권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독서와 관련하여 특정한 인생 책이 아니라 인생 책을 보는 방법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도 공학적인 정신인데요, 저는 책을 보면 이 책이 100% 틀렸다고 생각하고 읽거든요. ‘이 책은 무조건 틀린 거야’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고 이 책은 그 저자의 생각이지, 제가 그것에 너무 심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 이제 그 저자가 하는 말을 보고, 제 인생과 제가 하는 일과 아이디어, 이런 것들은 매칭을 시켜서 그냥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게 뭔지를 쏙쏙 뽑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교과서도 끝까지 읽은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로봇 제어 관련된 교과서를 읽다가도 결국 제가 다시 교과서를 썼어요. 원래 교과서 저자분의 말대로 강의를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저는 제 말로 쓰인 책을 가지고 강의를 해야 제 말과 저의 강의와 책이 동기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에게 인생 책을 묻는 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다 읽은 책을 하나 소개해 드린다면,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책이죠. 제가 <아웃라이어>를 유난히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저는 그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뭐든지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그 책의 내용 중에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나를 분석해 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으니 그걸 찾아서 그걸 잘 해야 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어떤 객관적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돼서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굳이 이 책을 사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저한테 조금 여운을 준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고 제가 다시 한번 저의 생각을 고칠 기회가 됐기 때문에 저한테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짧은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오늘 굉장히 재미있고 뜻깊게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뭐라고 이렇게 인터뷰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의 인생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왔구나!’ 정도로만 느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다 개인에게 맞는 비전을 찾아서 정말 성공하시길 바라고, 혹시나 저의 어떤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하시면 개인적으로 연락해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모두 다 행복하시고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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