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최정담(KAIST 전산학부 20학번) 학생을 만나다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 Meeting-people 작성일22-03-30 10:08

본문

[2022.03.30.]

4ab1d689ac701dff1eea95835d8f7f1b_1648601913_6712.png
 

  

수학을 사랑하는 수학스토리텔러

최정담(KAIST 전산학부 20학번) 학생을 만나다


2022.03.24. 인터뷰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흔히 영재라고 하면 사람들은 영화 속의 너드(nerd) 스타일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는 독특한 사람.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영재들은 사회성이 좋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리더십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카이스트에는 수많은 수학영재들과 과학영재들이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이 영재들은 아직도 몇몇은 가지고 있을 영재는 너드라는 편견을 20세기의 구시대적 사고라고 치부해도 좋을 만큼 밝고 다채롭게 세상과 소통하면서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 

 자기 전공에 편협한 사고를 가진 영재가 아닌, 도전적이고 창의적,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여러 KAISTian 중 이번 호에는 수학을 좋아하여, 수학으로 세상과 열심히 소통하고 있는 최정담 학생(20학번, 전산학부)을 만나 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카이스트에서 재학 중인 최정담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수학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통해서 수업을 비롯한 학문의 재미를 알려주고자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모두 수학과 관련된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A. 고등학교 때에는 블로그와 SNS 같은 데에서 글을 쓰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주로 단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수업 시간 때 배웠던 재미있는 수학 상식이 있으면 글로 꾸려서 포스트 하는 활동을 했어요. 현재는 책을 쓰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SNS의 아는 사람들한테만 보이는 글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한테도 읽히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쓰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학과 관련된 글을 주로 썼습니다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수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물리학이나 철학 등의 학문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수학과 다른 학문들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수학이 학문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Q. 수학은 보통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인데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수학 수업을 듣는데 그때까지는 ‘네모 더하기 숫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 배우는데,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씀으로 ‘네모가 아니라 x’라고 하셨어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x가 사실 뭐랄까, 감성이 있잖아요. 모르는 거에 대한 미지, 그게 약간 판타지 세계같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당시 수식 쓰는 걸 좋아하는 절 본 선생님께서 어려운 문제 퍼즐 같은 게 있는데 혹시 한번 풀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괜히 호기심과 도전심이 생겨서 풀어보겠다고 했죠. 처음엔 어려웠는데 멍하니 바라보니 갑자기 ‘이렇게 풀어야겠다’가 싹 스치는 거예요. 비유를 하자면 사람들이 열심히 종교를 믿다가 딱 빛이 내리는 그런 경험과 유사한 경험 같아요. 저한테는 너무 신비했어요. 되게 오랫동안 안 보이다가 갑자기 보이고 갑자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겠고 미소가 지어지고 막 선이 이제 막 날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이후 되게 뿌듯한 마음으로 풀이를 써서 선생님께 보여드렸고 잘 풀었다고 칭찬받았어요. 그때부터 수학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건 도무지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될 만큼 어려운 문제를 만난 적도 있었을 텐데 그런 문제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A. 문제가 안 풀리기 시작하면 계속 이 문제를 고민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냥 모르겠으면 내팽개치고 다른 거 하거나 아니면 그냥 멍을 때리거나 좀 머리를 쉬게 뒀습니다. 머리를 푹 식히고 그 문제를 다시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거든요. 두 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건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거예요. 문제가 너무 안 풀리면 어쩔 수 없이 답지를 봐야 될 때가 있어요.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를 만나고 답지를 보게 되면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건 자신감을 저하시키기만 해요. 지금은 풀이를 본 다음, ‘이 풀이를 봄으로 인해 내 능력이 더 향상되었고 다음번에는 더 잘 풀겠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Q. 어렸을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초등학생 때는 내향적이었어요.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당신에는 책 읽는 거랑 혼자 상상하면서 노는 거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친구를 사귀게 된 우연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큐브 맞추는 걸 좋아했어요. 친구들이 제가 큐브 맞추는 걸 신기해하고 어떻게 큐브를 푸는지 알려달라고 한 거죠. 나 혼자보다는 친구들이랑 이런 재미를 나누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혼자 노는 범생이 같은 스타일이었고 중고등학교 올라오면서 혼자 공부하기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이 된 것 같습니다.


4ab1d689ac701dff1eea95835d8f7f1b_1648602195_5713.png
 

Q.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나 양육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저희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아요. 첫째로 부모님은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제가 영재고 대비 학원에 부모님의 권유로 간 적이 있는데 제가 갑갑하게 공부하는 것을 싫어해서 가기 싫다고 했더니 바로 학원을 끊으셨어요. 그 외에도 학교 성적에 필요한 수학이 아니라 다른 수학을 하고 있을 때에도 저를 많이 격려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취미활동도 많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제가 수학 외에도 관심사가 다양하거든요.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고 그림 그리는 것도 관심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지원을 해 주셨고, 그 덕분에 다양한 관심사를 열린 상태로 개발할 수 있었어요. 또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은 덕분에 수학에 즐거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Q. 학생들이 수학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을 하면 좋을까요? 

A. 저는 중고등학교 때 인문학 쪽을 멀리 했습니다. 지금은 인문학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 전환점은 인문학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연도를 외우고, 사건을 외우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되게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입시가 끝나고 대학생이 되면서 학문적 여유가 생겼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인문학 책을 읽게 되었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걸 계기로 인문학을 좀 더 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동기가 되어야지 자기가 뭘 재미있어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누군가 하라고 시킨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걸 수학에서 찾아서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수학을 좋아하려면 어떡해야 하냐는 질문이 참 난감한 게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야 수학이 재미있을 수 있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그 질문을 하는 거예요. 상당히 이율배반적이죠. 그래서 일단 현실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첫 번째로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수학을 시험 문제를 푸는 수학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수학을 보라고 조언을 해주는 편이고요. 두 번째는 살짝 어긋날 수도 있지만 굳이 수학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순전히 제가 수학에서 재미를 느껴서이고 수학에 재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억지로 수학의 재미를 가지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다른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재미를 찾은 분야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그 분야를 조금 더 열심히 열정을 가져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최정담 학생이 평소 ‘수학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자주 하던데 어떤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시나요?

A. 사실 무언가가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되게 어렵고 불가능해요. 예를 들어서 음악에서 1:2의 진동수를 가진 음을 동시에 들으면 아름답다는 이론이 있고 우리는 그걸 이제 화음이라고 불러요. 근데 그거를 아는 것과 실제로 1:2의 진동수로 음이 들릴 때 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설명하는 것은 별도입니다. 하나는 그냥 사실 판단이고 하나는 가치 판단이니까요. 수학이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한다면 정말 어려울뿐더러 억지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수학에서 어떤 개념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에는 그 개념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른 개념과의 연계성을 찾을 때인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어요. 약간 반전 느낌도 있고요. 그리고 어떤 수학적 구조 안에서 예상치 못한 대칭성이 발견되었을 때 저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이 이야기가 쉽게 안 와닿을 수 있는데,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여러분이 음악이 왜 아름다운지 이해하려면 음악 이론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들어봐야 아름다운 걸 알잖아요. 수학도 그래요. 여러분들이 지금 수학이 아름다운 이유를 모르는 건 아마 그런 수학을 접해봤던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이 이야기가 되게 멀게 느껴지겠지만, 여러분들 중 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수학에 열정을 가진 친구라면 수학을 공부하다가 제가 왜 수학이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했는지 불현듯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아까도 언급했지만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수학이 진입장벽이 좀 높아서 그렇지 저는 누구나 수학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좀 아깝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제가 카페에서 정말 맛있는 음료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잖아요. 제가 그런 심정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수학을 학교에서 딱딱하게 배우는 게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수학의 재미있는 부분을 평생 모르는 것이 좀 아쉬워요. 그래서 그런 가치를 조명하는 게 저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에서 계속 글과 책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어요. 

 또, 제가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철저히 이과의 학문으로 분류가 되는 수학과 철저히 문과의 학문으로 분류가 되는 철학의 연결 고리에 대한 책이 나와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이런 숨겨진 학문의 가치를 드러내고 그걸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앞으로 계속하고 싶습니다.


Q. 뉴스레터를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나만의 인생 책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A. 이전에는 소설 같은 가벼운 책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다른 결의 책을 주로 읽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시점이 책을 결이 달라진 시점과 비슷했어요. 앞서 제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처음 철학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순전한 학문적 호기심, 그러니까 수학에 대한 일련의 파생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철학을 처음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모든 게 그렇듯 어떤 분야로 새로 발을 들이게 되면 처음과는 다른 이유로 또 다른 분야를 탐색하게 되거든요. 처음에 수학철학이 궁금해서 철학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삶의 의미를 찾는 학문이라는 그런 의미로서 철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다시 말하자면, 수학철학으로 시작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실존주의 철학을 접하게 되었고 그때 이후로 제가 삶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인생 책은 바로 군나르 시르베크가 쓴 “서양 철학사”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파생 책들을 읽고 나서 ‘이게 뭐지?’ 라는 약간 머리를 망치로 땅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떤 책, 어떤 이론을 배우고 나면 더 이상 그 이전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이론이 있는데, 그 이론 중 하나가 저에게는 실존주의 철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제 인생 책은 그런 다양한 철학을 소개해준 서양철학사라는 그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를 읽고 있을 중고등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국수사과영 같은 것 말고도 다른 분야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개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것이야 말로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니까요.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나만의 학문적 여정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이런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서 여러분만의 학문적 여정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끝에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KAIST
  • 교육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 사이버영재교육
  • 국가과학영재정보서비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IP영재기업인교육원
  • KSOP
  • 영재키움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