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누리호의 성공과 뉴 스페이스 시대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2-06-28 13:49

본문

[2022.06.28.]

누리호의 성공과 뉴 스페이스 시대 


글: 이대영 /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감수: 전은지 /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2022년 6월 21일, 많은 기대와 걱정 속에서 진행된 누리호(KSLV-II) 발사 2차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림 1) [1]. 이로서 대한민국은 미국, 러시아, EU,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무게 1톤 이상의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되었다.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12년 만의 일이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하여 300여 개의 기관, 기업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이다.


[그림 1] 누리호(KSLV-Ⅱ) 발사 장면. 2022년 6월 21일, 누리호 발사 2차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a1006bfe861b1ff3e791f6878d544537_1656390585_4185.png

[출처] 항공우주연구원 https://www.kari.re.kr/kor.do 


  한동안 조용했던 우주가 분주해지고 있다. 작년 5월 스페이스X(SpaceX)의 팰컨9 1단 추진 로켓은 10번째 발사 및 착륙을 성공시키며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재사용 로켓의 가능성을 더 확실하게 증명하였으며, 같은 해 7월 버진 갤러틱(Virgin Galactic)과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나란히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성공시키며 누구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는 작년 2월 화성에 무사히 안착하여 활발히 탐사 활동 중이며, 중국의 달 탐사 로버 위투-2는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발을 내디뎠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100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항공우주국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은 2019년 12월 발사되어 150만 km를 날아가 우주의 기원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연달아 보도되고 있는 대형 우주 이벤트들은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눈여겨보게 만든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를 뜻하는 “뉴 스페이스”란 단어도 많은 사람에게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그동안 조용했던 우주가 왜 다시 분주해지고 있는 것일까.



 환경, 식량 그리고 에너지까지, 지구의 문제에 대한 답을 우주에서 찾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관측한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1ppm으로 역대 최고치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이산화탄소 농도는 가파르게 증가 중이며, 세계 곳곳에서 가뭄, 홍수, 이상기온 등 기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우주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주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겪는 다양한 문제의 답을 우주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지상의 관측소에서 얻기 어려운 기상 데이터를 전 지구 규모로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기후변화 연구뿐 아니라, 태풍, 쓰나미 등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인공위성을 통해 위험 물질 유출이나 불법 방류 등 환경 오염을 실시간 감시하여 조기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의 주요인 중 하나인 에너지 문제 또한 우주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은 우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어 이를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SSPP)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실제 우주 공간에서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우주에서는 24시간, 낮과 밤,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모든 파장 영역대의 태양 에너지를 모을 수 있으며 설치 공간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롭다. 관건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지구로 에너지를 전송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팀은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하여 전송하는 방법을 시도 중에 있다. 우주 발전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1MW 규모의 발전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일본,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장거리 에너지 전송을 위한 테스트 위성을 개발 중에 있다.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 대해서도 우주 기술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중장기 기상 예측, 기후 및 지형 데이터를 활용한 최적의 위치 선정 등 우주 기술을 활용하면 농업, 어업, 축산업을 포함하는 넓은 분야에서 식량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도시 계획에도 우주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정밀한 지리 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및 물류 시스템 계획은 더욱 쾌적한 도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감소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기술은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인터넷은 당연하다. 우리가 며칠이라도 인터넷 없이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시스코 연례 인터넷 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20년까지도 전 세계 인구의 1/3 이상은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 그중 큰 요인은 인터넷을 위한 통신 케이블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다. 스페이스X 사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스타링크는 소형 수신 안테나 외에 지상 인프라 없이 지구상 모든 지역에서 최대 1Gbps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2020년대 말까지 약 4만 2천 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미국 아마존(Amazon), 영국 원웹(OneWeb) 등 점점 더 많은 회사가 경쟁적으로 위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위성으로 인한 빛 공해 문제(Starlink train), 우주 쓰레기 문제(캐슬러 신드롬, Kessler syndrome), 개발도상국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높은 사용료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2].


 

 지구와 인류의 영속을 위한 우주 진출 프로젝트 


  우주 기술은 더 먼 미래에 대한 비전도 함께 담고 있다. 유엔의 2019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지구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지구의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전체의 1/4이 넘는 인구가 만성적인 자원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 등 지구의 자원을 아끼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와 소비는 결국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의 활동 영역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는 것은, 지구 보존과 인류 번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달은 그 첫 시험대로서 주목받고 있다.


  로켓 연료 대부분은 지구의 강력한 중력장을 벗어나기 위하여 사용된다. 하지만 달에서 출발한다면 이러한 에너지를 상당량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 속도가 11.2km/s인 데 반하여 달은 2.4km/s밖에 되지 않는다. 심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기지로 달이 매력적인 이유이다. 달에 매장되어 있는 풍부한 자원 또한 많은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주요 달 자원 중 하나인 헬륨-3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다.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달에는 인류가 수 세기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에서 발견된 대량의 물 또한 결정적이다 [3]. 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농작물을 키우는 것에도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여 로켓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달 거주지 구축 구상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가장 큰 규모의 달 거주지 구축 프로젝트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유인 달착륙을, 2028년까지 지속이 가능한 유인 달기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 2, 3). 한국은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우크라이나에 이어 10번째 국가로 참여하였으며, 이 프로젝트에는 국가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시에라 네바다 등 다수의 민간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NASA를 포함하는 22개국 우주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ISECG)은 ‘2020 글로벌 우주탐사 로드맵(GER)’에서 2030년경에는 본격적인 달 개척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


[그림 2] 아르테미스 계획 전체 미션 시나리오 

a1006bfe861b1ff3e791f6878d544537_1656391206_5103.png

[출처] Global Exploration Roadmap 16페이지 Figure 1
 

[그림 3] 아르테미스 계획 기지 구축 및 탐사 시나리오 

a1006bfe861b1ff3e791f6878d544537_1656391223_8739.png

[출처] Global Exploration Roadmap 17페이지 Figure 3


 가까워진 우주, 다가온 뉴 스페이스 시대의 풍경 


  과거 우주에 도달하는 것은 국가 조직 규모에서나 간신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원하면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이는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 스페이스X의 승차 공유(Rideshare) 서비스는 우주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실감케 해준다. 여기서 승차 공유 서비스란 무게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로켓에 함께 물건을 실어서 발사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스페이스X 홈페이지를 방문해 우주에 보낼 물건의 무게, 희망 시기, 목표 궤도를 입력하면 견적을 받아볼 수 있고 예약까지도 가능하다 (그림 4). 마치 택배 예약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페이스X 외에도 로켓 랩(Rocket Lab), 나노랙스(Nanoracks) 등 많은 기업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사 비용 또한 200kg 기준 약 13억 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수많은 기업이 위성 통신, 기상 감시, 지형 계측 등 우주를 기반으로 하는 다채로운 서비스와 그를 위한 인공위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5]. 이에 따라 증가하는 로켓 발사체 수요는 더욱 많은 민간 발사체 개발로 이어지고, 다시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간 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한 우주 산업은 발사체, 인공위성, 우주 기반 서비스 등 각기 다른 분야가 서로의 수요를 창출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100조 원 정도였던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현재 약 400조 원에 이르며, 2040년경에는 1,20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


[그림 4] 스페이스X 홈페이지 갈무리. 원하는 궤도, 날짜, 물건의 무게를 입력하면 견적을 받아 볼 수 있다. 

a1006bfe861b1ff3e791f6878d544537_1656391497_117.png

[출처] 스페이스X 홈페이지 - https://spacex.com/rideshare/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점,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 


  대부분 사람에게 우주는 현실보다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더 친숙한 소재이다. 그런 먼 미래의 일일 것 같은 우주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달에 여행을 가고 화성에 거주지를 건설하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몇십 년 내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시작된 민간 자본의 대규모 투입은 지금까지의 우주 개발 풍경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 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주 개발에 뛰어들 것이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우주 기술들이 생명,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융합되어 우리 삶에 침투할 것이고, 우주 기술 경쟁력은 국가의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다.


  다가올 우주 시대에 있어서 많은 전문가는 미래 우주 산업 역량이 인재 육성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021년 기준 1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으며, 청소년부터 대학생, 그 이후까지 상황과 수준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발, 운영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JAXA, 독일항공우주국(DLR) 등 많은 선진 우주 연구 기관 또한 우주 교육 콘텐츠 개발과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단체가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한화와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우주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우주의 조약돌”을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KAIST 교육이 지향하는 스스로 질문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우주 기술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국립청소년우주센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ST 인공위성연구소, KTL 우주부품시험센터 등 다양한 단체와 기관들이 청소년 교육부터 전문 기술 인력 양성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중이다. 


  우리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점 한 가운데 서 있다. 격변의 시기에 우주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의 긴밀한 연계뿐 아니라, 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융합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우주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누리호를 통해서 만들어낸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이라는 지위에 걸맞도록, 우주 분야가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1] 과학기술통신부 보도자료 대한민국 독자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2022.06.21.

[2] The SatCom Playbook, Space Capital.

[3] Molecular water detected on the sunlit Moon by SOFIA, Nature Astronomy, 2020.

[4] International Space Exploration Coordination Group,“Lunar Surface Exploration Scenario.”Global Exploration Map Supplement, August 2020.

[5] 우주에 도착한 투자자들, 로버트 제이콥슨, 유노북스.

[6] Space: investing in the final frontier, Morgan Stanley. 

  • KAIST
  • 교육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 사이버영재교육
  • 국가과학영재정보서비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IP영재기업인교육원
  • KSOP
  • 영재키움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