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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용 KAIST 실패연구소장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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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Meeting-people 작성일22-09-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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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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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성공을 위한 디딤돌,

"실패"를 연구하는 KAIST 실패연구소장

노준용 교수님을 만나다


2022.07.19. 인터뷰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뉴스레터팀

글 / 류지영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사진·영상 / 강현민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프랑스 작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일을 그르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뿐이다.' 라고 하였다. 생전에 천개가 넘는 특허를 냈던 발명왕 에디슨은 ‘나는 실험에 실패할 때마다 성공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면서 실패를 일반인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실패가 즐거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과 태도에 따라 실패는 원하는 목표로 가는 여정의 경험치가 쌓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러 위인의 삶을 면밀히 살펴보면 생의 한 시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만나게 되고,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또한 그 좌절을 더 큰 나로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여긴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KAIST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실패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성공 스토리도 있지만, 단언컨대 성공보다는 실패의 스토리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어느 구간이든 갖게 되는 다양한 모습의 성공은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하는 교두보가 되어 또 다른 성공과 실패의 기회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캠퍼스 내 어느 곳의 누군가는 한숨을 내쉬게 되는 실패의 순간을 맛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심신이 지쳐 가던 2021년 KAIST 이광형 총장은 KAIST 구성원들이 더 이상 실패로 좌절하지 말고 “다음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볼 수 있도록 “실패연구소”를 개설하였다. 이제 실패연구소는 1년을 막 넘기고 있다. 그동안 실패연구소는 어떠한 실패들과 맞닥뜨려 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준용 KAIST 실패연구소장을 만나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소속 비주얼미디어연구실 리더와 실패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교수 노준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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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패연구소는 처음 들어봅니다. 우리나라에서 KAIST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실패’를 왜 연구하는지, 그 이유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실패가 주는 교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산업화 시대에 살 때는 주어진 답을 알려주고 그것을 그대로 외워서 바로 적용하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그런 패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창의성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길이 굉장히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거든요. 어찌 보면 나무의 뿌리에서 시작해서 수없이 많이 펼쳐져 있는 가지 중 하나가 성공될 수 있어요. 어디가 정답인지 모르는 거죠. 이런 것들을 다 하나하나 탐색하는 과정 중 잘못된 가지에 도달할 수도 있겠죠. 이런 것 하나하나가 실패일 수 있고요. 이 경험을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한 이런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어떤 목적지까지 가게 되는데,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잘 갈 수 있도록 실패를 자산화하고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실패연구소가 만들어졌습니다.


Q. 실패 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실패연구소에서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주 큰 도전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문화로 확산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한 리더들도 사실 중간 과정에는 실패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리더들의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거나 리더들의 실패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는 방식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패에 관련된 여러 연구사례를 발굴하고 관련된 사람을 인터뷰해서 뉴스레터로 발간합니다. 요즘에는 간략하게 실패에 관련된 교훈적인 메시지들을 인스타툰의 형태로 구성원들에게 발송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런 문화를 확산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네,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꼭 KAIST에 ‘실패 연구소’가 필요한 이유, 혹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A. 그동안 KAIST,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보면 지나치게 성공 지향적입니다. 이러한 성공 지향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발전해 온 부분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성공만이 절대 선이고 실패는 나쁜 것이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현 가능하거나 고만고만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그동안 많은 성공을 이뤘다고 기뻐한 나머지, 훨씬 더 큰 도전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KAIST에서는 실패를 과감하게 다르게 바라보고 “실패도 괜찮은 거야, 우리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야, 우리 일상의 일부인 거야”와 같은 생각을 통해서 훨씬 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에 실패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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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KAIST 학생들의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요?

A. 연구소는 작년 7월 정도에 만들어졌고, 올해 초부터 정식 가동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몇 명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글도 읽어봤습니다. 그것을 통해 느낀 건 우리 KAIST 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가면서 성공과 성취를 많이 경험하면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막상 KAIST에 와보니 본인보다 훌륭한 학생들도 많고,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들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실패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전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하던 부분들이기 때문에 창피할 수 있고, 감추고 싶고, 나만의 문제인 것 같아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주위에 많은 학생이 이런 경험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험들이 공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험공모전을 통해 본인의 실패를 오픈하게 하고 있습니다.

 

Q. (독자질문)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실패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A. 실패는 간단히 생각해 보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루지 못했으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서는 구조적으로 성공이 불가능한 경우들도 있거든요. 올림픽을 예로 들어 볼게요. 올림픽의 역사를 보면 지난 백 년 사이에 출전 선수가 50배나 늘 정도로 선수층은 굉장히 커졌는데 결국 주어진 메달 수는 3개이다 보니 구조적으로는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성공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실패했기 때문에 나는 패배자고, 못하고, 더 노력해야 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될 수 있어요. 오히려 이럴 때는 이 상황과 구조에 의해서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학생 공모전에서 어떤 외국 학생이 지적한 부분인데 “Entitlement trap in hard work”이라는 말이 있어요. “나는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거예요. 본인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공해야 된다는 등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많은 경우에는 내가 좀 더 노력을 하고 여러 가지 실패 사례들을 분석해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렇지만 동시에 실패가 반드시 나쁘기 때문에 이걸 피해야 되고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독자질문) 실패할 수 있는 자유에는 성공에 대한 최선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A. 그 질문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지 안 했는지는 본인은 알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이 질문을 실패할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개인에게 실패할 자유를 보장해 줬을 때, 과연 저 사람이 실패한 게 최선을 다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이냐 아니면 그 사람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인지를 타인들이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인 문제를 좀 더 얘기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전에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한 것을 최선을 다했는지 뭔가 규칙에 어긋남이 없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근데 우리의 문화가 성숙하고 사람들의 마인드가 조금 더 발전하게 되면 그런 부분들에 대한 규제를 조금씩 풀어줘야 할 때가 오는 거죠. 우리 일상생활의 예로 한번 본다면 운전하고 가다 보면 사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에 살 때는 대부분의 좌회전이 비보호 좌회전이었어요. 정말 위험한 경우에만 좌회전 신호를 줍니다. 근데 한국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좌회전 신호를 주고, 비보호 좌회전은 극히 일부만 허용이 되어 있습니다. 이게 아주 사소한 것 같아도 현장에서의 판단을 믿어주냐 믿어주지 않느냐 하는 관점일 수 있어요. 우리는 아직도 현장에서 판단을 믿지 못하고 주어진 신호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너는 잘못한 거야 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다른 상황을 보면 얼마 전에 누리호 성공을 이끄신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전에 나로호 발사에 실패했을 때 그에 대한 예산 감사를 심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기술이 문제가 있어서 이것이 잘못된 건지 묻는 게 아니고 예산에 대해 감사를 하고 결국은 기관장이 자리를 내려놓았던 상황도 있었다고 합니다. 즉, 실패를 하게 되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게 조금씩 바뀌어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신뢰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카페에서 자리를 맡을 때, 옷, 가방, 휴대폰을 둬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이는 또한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일반적으로 어떤 연구 현장이라도 사람들에게 “마음껏 노력하라”라고 한 다음 그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어주어야 합니다. 물론 도덕적인 해이가 발견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넓은 마음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실패는 ‘그냥 일상적인 거다’ ‘성공은 결과적으로 최후에 한번 느낄 뿐이고, 그 중간 과정은 실패의 연속일 수 있다.’ 등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실패에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실패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A. 엄청난 실패를 겪었는데 저는 대학입시에 크게 실패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못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입시제도에 따라 시험을 봤는데 시험 보기 전날 잠이 한숨도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보는 날 머리가 돌질 않았어요. 그래서 시험을 망쳤고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재수를 했고, 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전날이 됐는데 또 잠이 한숨도 안 왔습니다. 또 떨어졌습니다. 삼수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저는 폐인이 되어갔어요. 제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될 가능성이 있었으면 계속했겠죠. 근데 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고, 당시 입시제도에서는 제가 시험 치려고 하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망쳤을 것 같습니다. 그 상황을 옆에서 보신 부모님께서 유학을 하러 가라고 하셔서 생각지도 않았던 유학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고민하던 선택지도 아니었고, 여건도 넉넉지 않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어서 유학을 떠밀려가게 됐죠. 그런데 그때 한국에 있는 최고 대학보다도 더 랭킹이 좋은 미국대학에서 고등학교 때 성적만 보고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내가 실패를 한 게 내 잘못이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단지 평가의 잣대가 달라서’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실패에 대해서 좀 의연해졌습니다. 어떤 실패가 생기면 이것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나는 열심히 했는데 평가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과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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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지금까지 보시거나 들은 여러 실패 사례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실패를 꼽는다면?

A. 여러 가지가 있는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굉장히 큰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을 찾아가서 본인이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항해에 나섰습니다. 근데 끝까지 그걸 개척하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보면 약속을 어긴 것이고 큰 실패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드 이펙트로 그동안에 서구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던 새로운 커다란 땅을 발견하게 됐죠. 물론 그 결과로 거기에 살던 많은 원주민이 죄 없이 많이 죽었지만, 역사적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쨌든 그 발견으로 우리 인류의 역사가 많이 바뀌게 된 건 사실입니다. 즉, 실패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쉬운 예는 포스트잇입니다. 3M에서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접착제는 일단 잘 붙어서 안 떨어져야 하는데, 개발한 접착제가 자꾸 떨어졌습니다. 붙이면 떨어지고 붙이면 떨어지고, 실패한 거죠. 쓸모없는 접착제라 생각해서 버려뒀습니다. 그런데 10년쯤 지났을 때,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것을 보완할 수 있는 메모가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필요가 생겼고, 예전에 개발한 실패한 접착제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포스트잇이 탄생했습니다. 접착제를 만드는 관점에서는 크게 실패하였지만 지금 우리 생활이 굉장히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데, 그런 실패조차 없었다면 여러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실패연구소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저희가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게 6개월밖에 안 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될 본연의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과감한 도전을 하자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도전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창업에서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인생을 망치게 됩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실패한 사람도 다시 쉽게 일어나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경험을 자산화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있어야 합니다. 보통 실리콘밸리에 있는 성공한 회사들 같은 경우에도 평균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까지는 두세 번 실패를 한대요. 실패를 했더니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걸 바탕으로 정말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누구라도 실패하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매우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우리 사회에 던지고 조금씩 만들어져 간다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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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 뉴스레터는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고 싶은 중, 고등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많이 보십니다. 중,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의 여러 가지 평가나 입시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고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런 실패를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 중고등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실패를 극복해야 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피해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림픽의 메달은 세 개 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 원하는 부분이라면 끝없이 달려가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첫 번째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는 내가 한 여러 가지 실패 경험과 다른 사람이 한 실패의 경험을 잘 활용하여 극복해 가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실패를 극복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분야에서 정답만 알고 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상식이 많은 사람일 수는 있습니다. 전문가는 안 되는 것들을 많이 아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답만 알고 있으면 환경과 조건이 바뀌고 약간의 변동이 생기면 정답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안 되는 경우들을 많이 알고 있으면 그 범위 안에서는 변화가 있어도 새로운 답을 금방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안 되는 경우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결국은 여러 방향에서 실패를 해보는 것이 나를 전문가로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본인이 공학자나 과학자로 가는 과정에 있어서 겪는 실패들은 당연한 것이고 나를 강하게 만드는 여건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생 책 한 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많이 알려진 편인 “총균쇠”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마 이미 읽은 학생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주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성공한 나라나 민족이 언뜻 보면 유전자가 더 뛰어나다, 머리가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알고 보면 ‘환경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성공하게 되더라’가 핵심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모차르트가 유럽이 아니라 중국 시골에서 태어났다면 음악가로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겠죠. 그만큼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즉, 혹시나 본인이 조금이라도 성공을 했다면 그것은 내가 열심히 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아서 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겸손해야 하고 본인의 성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책이 굉장히 두꺼운 거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읽히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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