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축구의 물리학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2-12-15 13:59

본문

[2022.12.15.]


축구, 과학으로 풀어봅시다! 


이인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축구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이고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통 관심사이다. 물론, 여전히 축구에 흥미를 못 느끼시는 분들도 매우 많이 계신다. 특히, 여성분들이 혐오하는 삼대 기피 대화 주제에 축구가 엄연히 들어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축구를 수 십 년 해본 물리학도로서 축구공의 기하학, 운동학, 시간과 공간 활용, 그리고 팀 전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언젠가 노벨상 수상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인상 깊게도 필자가 축구 이야기를 하자 그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축구선수가 목표였는데 일이 잘못 풀려서 노벨상을 받게 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보기엔 그 노벨상 수상자는 아주 열정적인 연구자였다. 그가 그의 바람처럼 축구선수로 성장했었어도 틀림없이 열정적인 축구선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축구, 충분히 열정적인 스포츠이지만 또한 충분히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79520_7758.jpg
 


 축구공은 진화한다 


 축구공은 과거 정다면체를 이용하여 만드는 방법이 대세를 이룬 시절이 있었다. 수작업 또는 간단한 접합하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완전한 구 형태를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었다. 자연스럽게 정다면체를 활용하는 방식이 선호되었다. 정다면체는 다섯 종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정다면체 중에서 정이십면체가 있는데, 이것이 가장 많은 수의 면을 가지는 정다면체이다. 정이십면체 전개도를 이용해서 정이십면체를 만들어 보면 꼭짓점의 개수가 12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꼭짓점들을 중심으로 정이십면체에 있는 모든 꼭짓점들을 잘라 낼 수 있다. 이렇게 12개의 꼭짓점을 대칭적으로 잘라 내면 오각형 12개와 육각형 20개가 동시에 생성된다. 오일러 공식이 여전히 적용되는 다면체를 하나 더 만들어 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꼭짓점의 수(V=60), 모서리의 수(E=90), 면의 수(F=32)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일러 공식은 “V-E+F=2”를 만족한다. 하나의 탄소 원자 주변에 세 개의 서로 다른 탄소 원자들이 결합하는 것(V:E = 2:3)에 주목해 보자.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많은 탄소 동소체들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탄소 60(풀러렌)이라는 분자구조를 밝혀낸 크로토 박사는 60개의 탄소 원자들로 구성된 특별히 안정한 탄소 분자구조가 축구공 구조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래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탄소 하나에는 세 개의 다른 탄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포한다. 그래핀에는 육각형 모양들이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이러한 탄소 원자들의 분포를 가정하고 구 형태처럼 닫힌 구조를 만들 때, 정확하게 12개의 오각형이 필요함을 증명할 수 있다. 또한, 육각형만으로는 구 형태를 만들 수도 없다. (참고 URL: http://incredible.egloos.com/1411123)


 정십이면체는 오각형만으로 이루어진 정다면체이다. 정십이면체를 곧바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이다. 전자 32개를 구면 위에 배치할 때, 가장 안정한 전자들의 배치는 어떻게 될까? 전자들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있다. 이러한 힘들을 최소화하는 전자들의 배치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전자들은 정확히 32면을 가지는 축구공(12개 오각형+20개 육각형)과 같이 배치한다. 재미있는 것은 전자 개수가 12개 또는 122개 일 때에도 정이십면체 대칭성을 가지게 된다. (참고 URL: https://en.wikipedia.org/wiki/Thomson_problem)


 최근에는 접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정이십면체에 기대어 축구공을 만들지 않는다. 보다 더 자유롭게 축구공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최신 피파 공인구, ‘알 리흘라’는 8개의 삼각형꼴 조각과 12개의 마름모꼴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축구공들 사이의 편차도 매우 작게 만들 수 있다. 축구공 궤적의 안정성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하여 스피드 셀 기술, 표면 돌출 등을 도입해 왔었다. 골프공에 왜 ‘딤플’이 배치되어 있는가? 이는 골프공 궤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79759_8244.png
 


 축구공 궤적의 진화 


 축구공이 기하학에서 출발하여 운동 특성 향상과 같은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축구공의 본질은 속도 그리고 회전에 있다. 관측자를 위해서는 축구공의 위치, 속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동일 시간에 모든 선수들의 위치와 속도를 알아야 한다. 결국, 축구공 내부에 통신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축구공은 외부와 통신을 할 수 있다. 공인구 충전은 무선충전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축구공 한가운데에 14g 무게를 가지는 관성측정 센서를 넣어두었다. 속도, 방향, 가속도 등을 측정해 주는 장치이다. 축구공의 속도, 회전수를 측정할 수 있다. 축구공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초당 500회의 공의 위치를 파악한다. 동시에 축구 선수 신체 부위 29곳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회 수집한다. 사실 실험을 통해서 선수들이 축구공에 센서가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할 수 없게 했다. 볼의 인/아웃, 오프사이드를 결정하는 방식을 위해서 경기장 면에 수직 한 평면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12대의 카메라로부터 얻어낸 선수들의 위치 및 자세 정보를 종합하는 방식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된다. 이렇게 될 경우, 오프사이드 판정을 할 수 있고 골 판독을 정밀하게 할 수 있다. 축구공 위치에 대한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기하학을 넘어서 미분방정식이 필요하다. 축구공의 운동방정식은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수준이다. 컴퓨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매우 어려운 운동방정식 부류에 속한다. 직진하면서 날아가는 축구공에 스핀이 있는 경우를 보자. 공 자체의 회전 때문에 생기는 공기의 흐름이 직진하는 축구공 주변에 추가된다. 공을 중심으로 두 가지 강도의 공기 흐름을 실험적으로 알게 된다. 축구공의 속도라 굉장히 높을 경우(120km/h), 축구공 주변에 공기 소용돌이가 생겨나면서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상태에 놓이게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태의 공기 흐름을 난류라고 한다. 난류영역에서는 공에 스핀이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축구공이 휘지 않는다. 축구공이 마찰력에 의해서 느리게 진행하게 되면 층류가 형성된다. 이때, 축구공 회전 때문에 공기의 흐름이 빠른 쪽에서는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에너지 보존법칙이 작동한다. 축구공 표면에서는 압력(단위 면적당 힘) 차이가 발생한다. 축구공의 경우, 시속 108km/h(=30m/sec) 정도의 직진 속력을 경계로 해서 난류와 층류로 나누어지게 된다. 축구공의 속력은 차는 발의 속력에 비례한다. 약 1.3배 높은 속력을 가진다. 정확한 프리킥을 위해서는 발이 축구공 표면에 접촉하는 위치에 불과 2cm 정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센터 써클 반경, 프리킥에서 상대 선수들이 물러서야 하는 거리, 아크 반경 모두 9.15m이다. 그 물리학적 근원은 축구공이 상대적으로 마찰력이 작게 받으면서 진행하는 거리 구간이다. 이 부분이 난류영역에 해당한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79891_9788.jpg
 

 바나나킥은 공의 직진 속도가 적당히 높으면서 공에 스핀이 들어가 있어서 날아가는 동안 공의 궤적이 바나나처럼 휘어지게 하는 동작이다. 스핀의 방향에 따라서 축구공의 궤적은 좌/우로 휘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공의 궤적은 상하로 휘어질 수 있다. 축구공은 굉장한 속도로 떠오르다가 갑자기 아래로 휘어져 갈 수 있다. 축구공의 자체회전수가 1회 이하가 될 경우 이상적인 무회전 킥이 가능하다. 특히, 고속 무회전 킥이 발생하면 공의 궤적은 퍼덕거리게 된다. 축구공은 상하좌우 어디로든 퍼덕거릴 수 있다. 10cm 정도의 진폭이 무작위로 일어날 수 있다. 배구, 야구에서도 유사한 공의 궤적이 가능하다. 문제점은 정확히 무회전이 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한다. 궤적에서 요동과 휘어짐이 최소화되는 궤적이 되고 만다. 시속 120km/h(=33.33m/sec)로 공을 찬다고 가정하면, 0.33초 만에 11m를 통과한다. 골키퍼 입장에서 상황판단에 거리는 시간이 0.3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강하게 킥을 할 경우, 페널티 아크 정면(11m + 9.15m = 20.15m)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은 키커와 골키퍼가 시간상으로는 동률을 이루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경기장 면적과 선수들의 수 


 한 팀 선수들의 수를 N이라고 하고, 경기장의 면적을 A라고 하면, 단위면적당 선수의 수는 2N/A가 된다. 따라서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d=√A/(3.14 × 2N)이다.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단순히 선수 당 차지하는 면적에 선형적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통상의 경우처럼 한 팀의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과 골고루 흩어져있다고 가정한다. 선수 한 명이 공을 잡은 경우 가장 가까이 있는 상대 팀 선수는 볼을 자유롭게 다룰 수 없게 방해할 것이다. 상대 팀 선수가 공을 차단하려고 가는 시간은 t=d/v이다. 이때 v는 상대 팀 선수의 속력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규칙인 A=100 m × 68 m, N=11의 조건을 사용해 보자. 상대 팀 선수의 속력을 대략 v=4m/sec로 취할 경우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평균 여유 시간은 불과 2.48초 정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들은 때때로 축구 경기장 절반만을 사용하여 연습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한 팀당 6명 (7명)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타난다. 이러한 조건의 경우, 그림 1에서와 같이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시간은 2.37초 (2.19초) 정도로 계산된다. 


그림 1] 면적 A(=100m × 68m)로 이루어진 축구 경기장에서 선수들(N 한 팀당 선수들의 수)이 균일하게 분포한다고 가정한다. 한 선수가 패스를 받았을 때, 상대 팀 선수가 접근하는 속력이 4m/sec(또는 5m/sec)이라고 가정할 경우, 볼을 건네받은 선수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수직축에 표시하였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80112_4903.png
 


 위에서 제시한 간단한 계산은 현대 축구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 축구는 최전방과 최후방 선수들 간의 폭이 매우 좁다. 소위 압박축구를 많은 팀들이 구사한다. 그림 1은 한 팀당 축구 선수의 수(N)와 공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평균 여유 시간 (t, 단위 초)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상대 선수의 접근 속도가 v=5m/sec의 경우 공을 가진 선수가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짧은 시간 내(1.98초)에 볼 처리를 해야만 한다. 압박축구를 통해서 축구장 절반에서만 선수들이 몰릴 경우 자유롭게 공을 다룰 수 있는 시간은 더욱더 줄어든다. 역으로 수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우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4m/sec 또는 5m/sec 정도의 속력으로 상대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팀", "강팀"을 울리다 


 축구를 보다 보면 소위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지구촌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 역사에 남아 있는 “약팀”들의 반란들을 보면 대부분 1:0 아니면 2:1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경험은 양 팀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프리미어쉽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우의 수를 따져 보고자 한다. 시즌이 끝날 무렵 이전의 4 시즌 동안 하위 5개 팀과 상위 5개 팀을 골라 평균 경기당 득점률을 비교하였더니 대략 3:7 정도의 비율로 나왔다. 즉, 하위팀 중 하나가 3점을 득점하면 상위팀 중 하나는 7점을 득점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득점 비율을 근거로 경기에서 각 팀이 승리할 확률을 산출해 볼 수 있다. 경기에서 “약팀”이 득점할 확률은 0.3이며, “강팀”이 득점할 확률은 0.7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경기에서 나온 골이 한 골 뿐이라면, “약팀”이 득점해서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은 0.3이다. 또한, “강팀”이 점수를 내고 이길 확률은 0.7이다. 만약, 경기에서 두 골이 나올 경우 한 팀이 이기려면 두 골들을 모두 한 팀이 가져가야 한다. “약팀”이 두 골을 모두 잡을 확률은 0.3×0.3=0.09이다. 반면, “강팀”이 2 득점할 확률은 0.7×0.7=0.49이다. 두 골이 터져 나오면서 양팀이 비결 확률은 1-0.09-0.49=0.42이다. 놀랄 일도 아닌 것이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한 골로 이길 확률은 0.3인데 비해, 두 골을 득점하고 이길 확률은 0.09이며, 세 골 이상이 나왔을 때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더욱 줄어든다. 양 팀 간의 경기가 골이 나오면서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은 1:1, 2:2, 3:3와 같은 상황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1로 경기가 끝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2:2의 경우보다는 1.5배 이상 높은 확률이다. 1:1로 경기가 끝날 가능성은 3:3의 경우 보다 2배 이상 높다. 골이 많을수록 “약팀”이 불리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림 2] 득점률이 7:3으로 설정된 두 팀 간의 경기에서 “약팀”이 “강팀”을 이길 확률을 총 골수의 함수로 나타내었다. 프리미어쉽에서의 값들은 J. Wesson의 책 The Science of Soccer에서 가져온 값들이다. 이론값과 프리미어쉽에서 얻어진 정보들은 매우 좋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80261_5101.png
 


 그림 2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양 팀 총득점의 함수로 표시했다. 수직축의 0.3은 30%의 승률을 나타낸다. 수평축은 경기당 나온 총 골들의 수를 나타낸다. 이론치(다이아몬드)와 실제 프리미어쉽에서의 값들(붉은색 동그라미)을 동시에 비교했다. 프리미어쉽에서의 값들은 J. Wesson의 책 The Science of Soccer에서 가져온 값들이다. 위에서 따져본 이론은 “약팀”과 “강팀”의 전력이 3:7 정도일 때의 조건에서 얻어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팀 간의 전력이 평준화되어 있어서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일방적인 실력차를 보기가 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다. 7:3 정도의 객관적 실력차이가 나더라도 양 팀 모두가 기록한 총 골의 수만 두 골로 잡아둘 수만 있다면 무승부 확률은 42% 정도이다. 이는 축구 경기결과에서의 의외성 또는 수비 전술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9%의 확률로 약팀이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d479da56ff16c206a34e392bc5b462a2_1671080341_2425.jpg
 

  • KAIST
  • 교육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 사이버영재교육
  • 국가과학영재정보서비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IP영재기업인교육원
  • KSOP
  • 영재키움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