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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를 사랑하는 큐브청년들 - 정재현, 이찬민 KAIST 학생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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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Meeting-people 작성일22-12-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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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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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52,003,274,489,856,000개의 조합,

큐브를 매력을 사랑하는 과학영재들

정재현, 이찬민 학생을 만나다


2022.12.19. 인터뷰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뉴스레터팀

글 / 류지영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사진·영상 / 강현민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큐브는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번쯤 접해 본 퍼즐게임이다. 뒤섞여 있는 작은 육면체들을 이리저리 몇 번 돌려서 6면체의 색을 모두 맞추는 모습은 마치 마술을 보는 것과 같다. 재미있고 신기해 보여 도전을 해 보지만 막상 실제로 큐브를 끝까지 맞춘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근데 놀랍게도 루빅스 큐브라고 부르는 3×3×3 큐브를 맞춘 단일 세계신기록은 무려 3.47초라고 한다. 숨 한번 쉬면 다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루빅스 큐브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조합은 무려 43,252,003,274,489,856,000개라고 한다. 이 중 큐브가 맞추어 지는 하나의 경우의 수를 찾는데 재미를 느끼는 과학영재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큐브의 매력은 무엇일까? 큐브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눈 내리는 카이스트에서 두 명의 큐브청년들을 만나 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정재현: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20학번 정재현입니다. 현재 한국큐브문화진흥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고 여러 개의 큐브를 눈 가리고 맞추는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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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찬민: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 22학번인 이찬민입니다. 저는 정재현 학우분처럼 한국 신기록을 세운 적은 없지만, 피라밍크스 종목에서 한국 챔피언십 우승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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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큐브는 언제,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A. 정재현: 제가 큐브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학예회가 끝난 후 학교에서 전교생한테 큐브를 나눠 주었는데 집에 가져가서 맞춰보면서 처음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여느 또래 아이처럼 얼마 못 가 큐브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이후 중학교 1학년 학기 말에 담임선생님께서 반 학생들에게 큐브를 나눠주셔서 다시 큐브를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8~9년 정도 계속 큐브를 해오고 있습니다.


A. 이찬민: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 한 친구가 큐브를 들고 와서 맞추는 모습을 보고 경쟁심이 생겨, 그날 바로 문방구에서 큐브를 사서 맞춰보다 큐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큐브 유행이 끝난 이후에도 큐브를 꾸준히 맞춰오다 보니 어느새 9년 정도 큐브를 해오고 있습니다.


Q. 각자 본인의 주종목과 그 종목에 대한 자신만의 비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이찬민: 제 주종목은 정사면체처럼 생긴 큐브를 다루는 피라밍크스라는 종목입니다. 이 종목은 공식을 하나만 외우면 풀 수 있어 초보자분들께 추천해 드리는 종목입니다. 무엇보다 큐브의 4개 면 중에서 한 면만 맞추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큐브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분께 추천해 드립니다. 

 피라밍크스는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종목이다 보니 모든 사람의 기록이 좋은데, 저는 한 번에 큐브의 상태를 보고 눈 가리고 맞출 수 있을 만큼의 연습을 통해 남들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습니다. 


A. 정재현: 저는 주로 눈 가리고 큐브를 맞추는 것을 주 종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블라인드 종목은 3x3 눈 가리고 맞추기, 4x4 눈 가리고 맞추기, 5x5 눈 가리고 맞추기, 정해진 시간 동안 3x3 큐브 여러 개를 한 번에 외워서 눈 가리고 맞추기가 있습니다. 제 공식적인 대회 기록은 3x3 눈 가리고 맞추기는 29초, 4x4 눈 가리고 맞추기는 4분 정도, 5x5 눈 가리고 맞추기는 13분 정도이고, 여러 개 눈 가리고 맞추기는 12개를 눈 가리고 한 번에 맞춰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Q. 큐브를 한 번 할 때 보통 몇 시간 정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큐브

를 한 번 할 때 보통 몇 시간 정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정재현: 중학생 때 열심히 했을 때는 주말에 6시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엔 앉아서 큐브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심할 때나 TV 같은 영상을 보면서 큐브를 하곤 합니다. 


A. 이찬민: 중학교 때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큐브를 항상 들고 있었고, 순수하게 큐브만 하는 시간이 6~7시간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Q.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큐브 관련 국내, 국제 대회에 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정재현: 지금 제가 속해 있는 한국큐브문화진흥원에서 한국 대회를 담당하고 있는데, 보통 일반적인 국내 대회 같은 경우는 1년에 10번 정도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 짝수 해에는 대륙별 챔피언십이 열리고, 홀수 해에는 올림픽과 같이 세계 챔피언십이 열립니다. 2023년 챔피언십은 인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확정이 되어 현재 그 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Q. 대회마다 참가 조건 규정이 다른가요? 


A. 정재현: 대회는 세계 큐브 협회에서 정해준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데, 인종과 나이, 성별 같은 것에 차별을 두지 않고 진행됩니다. 저희가 종종 이벤트 형식으로 초등부, 중등부를 나눠 상장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공식적인 상으로는 올라가지 않고 모두를 같은 조건으로 심사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대회에도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분들도 많이 오셔서 대회에 참가하시곤 합니다.


Q. 많은 사람이 대회를 참가할 정도로 큐브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큐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이찬민: 저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큐브는 퍼즐 중에서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것들과 인터넷에서 본 해법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본인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 전 세계적인 큐브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지역의 친구들을 만들 수 있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정재현: 가장 큰 매력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들이 게임을 할 때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아이템을 사고 여러 기술을 연구하는 것처럼, 큐브도 빠르게 맞추기 위해 공식을 외우고 여러 가지 해법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점점 단축되는 자신의 기록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이 저로 하여금 계속 큐브를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Q. 큐브가 학업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나요? 


A. 정재현: 물론 큐브를 할 시간에 공부했다면 성적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하루 종일 공부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에 취미나 쉬는 시간이 필요한데, 저는 이 시간에 큐브를 했기 때문에 큐브가 학업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큐브는 많은 사람에게 건전한 취미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큐브를 좋은 취미의 연장선상으로서 봐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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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큐브가 수학이나 과학 혹은 다른 과목에 도움이 되기도 했나요?


A. 이찬민: 공간지각능력에 도움이 된다고들 하는데, 이는 맞는 말 같습니다. 3x3 큐브만 보더라도 정육면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꼭짓점은 몇 개인지, 면이 몇 개인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가리고 큐브를 맞추다 보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큐브를 가장 적은 횟수로 맞추는 최소 회전이라는 종목도 있는데, 이 종목을 연습하며 큐브를 어떻게 맞출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혼자 생각하고 연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A. 정재현: 앞서 이찬민 학생이 말해준 것처럼, 입체도형과 군론 같은 부분에서 큐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학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큐브를 한 곳에 앉아서 몇 시간씩 계속하다 보니 집중력이 길러지고, 그렇게 길러진 집중력을 공부에 발휘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A. 이찬민: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큐브는 기록을 통해 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노력으로 얻은 성취의 값짐을 알고, 이후에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큐브를 좋아하는 중, 고생들과 부모님들에게 큐브가 어떻게 도움이 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찬민: 공부 이외에 나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초, 중학생 때는 매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큐브의 존재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풀고 바깥 세상과 교류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께서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지 마시고 오히려 지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정재현: 점점 어린 학생들이 큐브를 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학생들과 부모님이 큐브 관련 오프라인 행사에 한 번 참여하면 그다음부터는 많은 부모님이 더욱더 아이들에게 큐브를 장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에 한 번 참여해보시고 건강하고 재미있는 취미로서 큐브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큐브의 장점과 관련하여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요? 


A. 이찬민: 옛날에 온라인에서 큐브를 맞추며 기록을 재고 서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미국인이나 캐나다인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활동했었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다른 여러 나라 사람과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 정재현: 저는 대회에 갈 때마다 인사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오프라인 대회에서 항상 외국인이 있다 보니 본인이 원한다면 외국인들과 대화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Q. 뉴스레터 인터뷰 공식질문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인생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찬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올리버 색스 작가님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로서 여러 환자를 진찰하면서 환자들의 사고방식과 살아가는 과정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자세하게 서술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프란츠 카프카 작가의 '성'이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작가가 허무주의, 부조리주의 작가로서 유명한만큼,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의 허무함과 부조리함을 느끼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와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추천해 드립니다.


A. 정재현: 저는 고등학교 때 처음 읽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보통 일반적인 책은 교훈을 주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제목부터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과 달리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아'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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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를 읽고 있을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이찬민: 큐브를 하면 좋은 친구가 많이 생깁니다. 어릴 때부터 큐브를 해서 스트레스도 풀고 좋은 친구도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큐브 하세요! 


A. 정재현: 큐브라는 게 처음 볼 때는 '어떻게 저걸 맞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1시간 정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시고 부담 없이 많이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오프라인 대회에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데, 그 친구들 모두 머리가 좋더라고요. 큐브를 하면 다들 똑똑해지나 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 모두 큐브 많이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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