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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함께 한 감염병과 코로나19의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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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Issue 작성일23-06-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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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인류와 함께 한 감염병과 코로나19의 역사적 의미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축구공은 진화한다  축구공은 진화한다 

 축구공은 진화한다  축구공은 진화한다  축구공은 진화한다 

 감염병이 바꾼 세상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질 때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만 뉴턴(Isaac Newton, 1642~1727)에게는 의문의 대상이었다.


‘사과가 왜 위쪽이나 옆으로 가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일까?’


 호기심에 충만한 뉴턴은 그때부터 자신이 제기한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 그로 인해 천문학과 물리학이 크게 발전했고, 뉴턴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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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떨어지는 사과와 뉴턴을 소재로 한 그림을 보면 뉴턴이 참 한가해 보인다. 만유인력의 법칙 외에도 운동의 3가지 법칙(관성,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을 알아냈고, 빛의 성질을 규명한 광학에도 능력을 발휘했으며, 수학에서 적분을 발견하기도 하는 등 평생을 바쁘게 산 뉴턴이 왜 사과와 함께 그려진 그림에서는 항상 한가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답은 실제로 한가했기 때문이다. 뉴턴이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던 스무 살 무렵, 런던에서는 실험과 관찰과 추론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의 모임이 결성되었다. 찰스 2세 왕도 참가한 까닭에 왕립협회(Royal Society)라 이름 붙은 이 모임에 참가한 이들 중 뉴턴은 가장 나이가 어린 회원이었다. 


 윌킨스(John Wilkins, 1614~1672), 윌리스(Thomas Willis, 1621~1675), 보일(Robert Boyle, 1627~1691), 렌(Christopher Wren, 1632~1723), 훅(Robert Hooke, 1635~1703) 등에 의해서 모임이 활성화하던 1665년,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는 과학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학술지 『철학적 과정(Philosophical Transaction)』과 훅이 쓴 『현미경 관찰(Micrographis)』을 발행했다. 훅은 이 책에서 코르크 마개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둥근 방이 보이고, 이를 세포(cell)라 이름 붙였다. 


 그때를 전후하여 런던에서 페스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300여 년 전, 이탈리아 제노아(Genoa, Genova)에 페스트가 유행한 직후 전 유럽으로 페스트가 퍼지면서 유럽 인구의 약 1/3이 사망한 바 있다. 이 치명적인 감염병이 런던에 출현했을 때는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기 전이었으므로 피하는 것 외에 대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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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염병의 희생자를 보여주는 16세기 목판화.(국립의학도서관) 


 왕립협회 모임도 중단되었고, 뉴턴이 연구원 역할을 하고 있던 케임브리지대학교도 문을 닫았다. 그러자 할 일이 없어진 뉴턴은 고향인 울스돌프(Woolsthorpe)로 돌아갔다. 아직 20대 초반의 활발한 젊은이였던 뉴턴은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면서 이 세상의 원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평생 연구할 주제를 찾는 원동력이 되었다. 런던에서 유행한 페스트가 케임브리지대학교 문을 닫았고, 그 결과 뉴턴이 훌륭한 학자로 자라날 수 있었으니, 감염병이 역사를 바꾼 셈이다.


 코로나19의 토착화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는 새로운 감염병이 후안 지방에서 출현했다는 발표를 했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새 감염병의 원인은 이미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속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종은 다른 것이었다.  


 새로운 감염병이야 수시로 발견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초기에는 집단에 따라서 거의 10%에 이를 정도로 치명률이 높았고, 전파력이 강하여 인위적으로 막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2015년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에 의해 발생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 수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적이 있었으므로 초기에는 인류가 합심하여 노력하면 수개월 내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여름이 되어도 환자 발생은 늘어나기만 했고,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0년 말부터 백신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치명률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전파력이 강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지만 수두, 풍진, 홍역과 같이 역사적으로는 코로나19 만큼이나 전파력이 강했던 감염병만큼 강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이 세 가지 감염병 모두 신생아 때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거의 해결된 상태이므로 코로나19도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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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브라질 우표. 2020년에 발행되었으므로 백신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고 소독을 하라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기대만큼 백신의 효과가 크지 못하여 여러 번 백신을 접종받은 분들도 있고, 변이가 잘 생기는 까닭에 감염자 수가 줄어들다가 증가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최근에도 매일 평균 15,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위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우리나라에서 3%에 이르던 감염자의 치명률이 이제는 0.1%가 채 안 될 정도로 낮아졌다. 감염자 1,000명당 1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평소에 건강한 사람은 감기에 걸린 것처럼 수일간 증상만 보이다가 대충 회복단계로 접어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목숨을 잃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므로 평소에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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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유행 후 4년째에 접어든 지금 코로나19가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사라졌다. 코로나바이러스 중 가장 먼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229E처럼 함께 살아가는 바이러스가 된 것이다. 


 참고로 일반인들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가장 많은 것은 리노바이러스, 다음이 아데노바이러스이며, 코로나바이러스-229E가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의 증상이 더 약해져 감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시기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며, 그때는 코로나19의 원인인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사스코브투, SARS-CoV-2)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칭해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의 역사적 의미 


 코로나19의 유행은 현시대 인류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2020년 1월 20일에 우리나라에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줄이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2월 말이 되자 교육부는 2주일간 개학을 미룬다는 발표를 했고, 3월이 되자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지 않고 수업하는 비대면 교육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학자도 아닌 빌 게이츠가 어디에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2020년 여름에 “코로나19가 앞으로 2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는 경우 아무리 전파력이 강하다 해도 2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감염병이 2년 만에 진정되는 것은 사람에게 면역이 생겨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무리 치명적이라 해도 모든 생물체를 절멸하는 건 자연계의 섭리에 맞지 않으므로 누군가는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은 이들은 면역을 가지게 되고, 자연선택에 의해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감염병의 위력은 약해지게 된다. 


 빌 게이츠의 이야기가 나온 후에 2년은 너무 희망적으로 본 것이고, 5~6년은 걸려야 코로나19가 해결될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에 감염병이 2년 정도 지나면 진정된 것은 사람들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큰 피해를 보는 가운데 면역력을 키웠기 때문인데 계속 접촉을 피하면서 인위적으로 전파를 줄이고 있으니,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거라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아주 효과적인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해결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회사에 의해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백신이 개발되었고, 코로나19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치명률이 크게 약화되면서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코로나19를 의식하여 4년 이상 전과 다른 하루를 보내지는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제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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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가 당연히 여긴 일을 많이 바꿔 놓았다. 교실에서 실시간으로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으로도 수업을 할 수 있고, 거꾸로학습(플립러닝)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수가 갑자기 입원하는 경우 다음에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입원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기도 한다. 회의 참석을 위해 멀리 출장을 가는 대신 온라인회의가 보편화하여 출장이 줄어들고, 참가가 더 쉬워지는 장점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보다 더 크게 사람을 변화시킨 것은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대유행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돌아다니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여 활동 범위를 넓히는 가운데 동물과 접할 기회가 증가되며, 작은 편리를 위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계속하다 보면 인류의 횡포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할 미생물들은 새로운 감염병의 원인체가 되어 인류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현시대의 지구에서 주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생존방식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주었다.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감염병 출현의 위험을 안고 살 것인지, 더 생태적인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수십~수백 년이 흐른 후 우리의 자손들이 ‘그때 조상들이 삶의 방식을 바꾼 것은 참으로 훌륭한 선택이었어’라고 하게 될지, ‘코로나19 유행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조상들로 인해 우리가 멸종 위기에 들어섰다’라고 하게 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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