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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GIFTED TIMES #25-4 (2025년 12월)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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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끄는 이소영 교수를 만나다
인문학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끄는이소영 교수를 만나다 인터뷰 / 2025년 12월 22일 글 / 홍세정(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사진 및 영상 / 강현민(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이소영 초빙교수는 KAIST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KAIST에서 올해 처음 개최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 포토에세이 대회는 이소영 교수의 수업 중 활동에서 출발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KAIST 학생들이 자아 성찰이라는 인문학적 질문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대회의 기획 배경과 의미를 비롯해, 이공계 중심 대학에서의 인문학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교수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이소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서 학교에서 <글쓰기의 기초>와 <논리적 글쓰기>라는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최근 KAIST에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는 포토에세이 대회가 개최되었는데요. 특히 이공계 중심 대학인 KAIST에서 이러한 대회가 열렸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포토에세이 대회는 학생들에게 자아 성찰의 기회를 주면서도 소셜미디어와 접목해서 학생들이 좀 재미있게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대회고요. KAIST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가을학기에 처음 진행이 되었었고 학생들이 자신의 어떤 감정, 상황, 정체성 이런 것들을 드러내 주는 사물이나 풍경에 대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한 글을 600자 내외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사를 거쳐서 저희가 수상작들을 뽑았고요. 그 수상작들에 대한 전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적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포토에세이 대회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와, 처음 대회를 준비하실 때의 목표와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실은 이 대회가 제가 수업에서 하던 활동을 발전시킨 것이었는데요, 제가 KAIST에 처음 왔을 때 <논리적 글쓰기>라는 교과목을 맡게 되었는데 그 교과목이 첫 주에 ‘진단 글쓰기’라는 게 있어요.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진단하기 위해 짤막한 글을 써서 제출하게 하는데, 저는 항상 학생들한테 글을 쓸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라고 해요. 첫 번째는 비교적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 쓰는 것이 좋고, 그 다음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쓰는 게 좋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는데, 진단 글쓰기라고 해서 처음 글을 써야 되다 보니 어떤 것에 대해서 써야 할지 좀 난감하잖아요. 막막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 두 가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실은 여러분들 자신에 대해서 쓰는 게 좋다고 얘기를 해요. 학생들이 비교적 본인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리고 저는 학생들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때문에 본인에 대해서 쓰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근데 그렇게 자기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면 보통은 자기소개서 특히 대학 입시 때 학생들이 많이 썼었으니까 그것을 생각하기가 쉬울 것 같고 그럼 뻔한 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톨릭 대학교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자화상에세이, 포토에세이 이런 과제들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서 학생들한테 본인에 대해서 글을 쓰되 그냥 쓰지 말고 본인을 드러내 주는 사진을 찍고 그것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봐라 이렇게 제안을 하기 시작한 게 이 포토에세이의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처음 과제를 내줬을 때 되게 인상 깊었던 게 어떤 학생이 저한테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되게 바쁘게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제대로 없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너무 어려웠는데 그래도 막상 이 과제를 해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 말이 저는 좀 놀랍기도 하고 또 되게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어요. KAIST 학생들이 대부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잘했었고, 지금도 되게 열심히 하고 있는 그런 친구들이잖아요. 목표 의식이 강하고, 목표를 향해서 집중해서 달려가는 학생들이다 보니까 자기 성찰의 기회가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활동을 글쓰기 수업에서 꼭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과에서 글쓰기 교재를 최근에 개편했는데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런 자기 성찰 에세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씀드렸었고, 소셜미디어로 자기를 표현하는 글쓰기의 일환으로 이 활동을 넣게 되었어요. 포토에세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글도 쓰고 하는 활동과 연결해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썼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량도 600자 내외로 되게 짧게 글을 쓰게 합니다. 이 대회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근데 그 과정이 너무 무겁진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이 좀 가볍게 그 과정을 한 번 겪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대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는 대회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또 이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대회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대회명을 결정해야 되는데 제가 그때 딱 떠오른 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괴테라는 작가가 지은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 소설 내용은 젊은 베르테르가 로테라는 여성을 사랑하는데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내면을 담고 있는 그런 소설인데, 저는 당연히 KAIST 학생들의 그런 슬픔을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학생들 대부분이 어리고 그리고 슬픔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을 표현할 기회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이라든지, 자기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이라든지, 자기가 처한 상황이라든지, 정체성 이런 것들을 이번 대회를 통해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걸 종합적으로 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이다 보니 ‘초상’이라는 것까지 붙여서‘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고 붙이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진행하시면서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인상 깊었던 학생들의 모습이나 느낀 점이 있으셨을까요? 대회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셨겠지만 의외로 되게 감수성이 풍부한 그런 학생들도 많았고, 그리고 사진 실력도 또 의외로 되게 수준급인 그런 학생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제가 가장 놀라면서도 기쁘고 고마웠던 것은 학생들이 대부분 다 되게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이 활동에 임해줬어요. 그게 가장 기뻤는데 저는 KAIST 학생들이 아무래도 이공계 학생들이다 보니까 이런 활동을 되게 낯설어하고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되게 가감 없이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런 것에 주저함이 없고 이런 경우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이 되게 의외였고 놀라웠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번 대회 출품작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가 한 작품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고, 물론 다른 분들도 심사를 하셨지만 제가 심사를 할 때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뭔가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는 그런 글이나 사진보다는 약간 일상에서 되게 쉽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지나치지 않고, 포착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사진과 글들이 있었어요. 그런 작품들이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대회가 굉장히 성공적이어서 이 대회를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카이스트의 내국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었는데, 앞으로는 카이스트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좀 더 확장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KAIST 학생들만의 정서나 감수성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제가 봤던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의 특징은 관찰력이 되게 뛰어났던 것 같아요. 일상과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그런 관찰력을 볼 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과학도로서 뭔가 실험하고 관찰하고, 정밀하고 세밀한 것들을 다루는 그런 것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는 학생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주의 깊은 관찰력에서 학생들의 독특한 감수성, 정서 이런 게 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요, KAIST에서 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창의적 융합인재라는 것에서 중요한 부분이 연결점, 접점 같은 것을 발견해 내는 그런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학문 분야가 만나고 충돌하면서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런 어떤 연결성, 접점 이런 걸 학생들이 잘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과학기술 연구에 천착을 하다 보면, 그 과학기술이 우리 삶이라든지 인간 사회에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를 약간 놓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런 연결성, 접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게 저는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펜하이머>(2023)나<프랑켄슈타인>(2025)과 같은 영화, 아니면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과 같은SF 소설의 힘이 바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KAIST에서 인문학이 학생들과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글쓰기 수업이긴 하지만 학생들한테 매 학기 책을 꼭 한 권씩은 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근데 학생들한테 이런 고전을 읽어라 그리고 이에 대해서 서평을 써라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되게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그 서평을 쓰기 전까지 독서 활동에 좀 단계를 둬서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서서히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 한 주는 책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클라썸이라는 플랫폼에 쓰고 이에 대한 짧은 단상을 남겨보자, 일주일 동안은 그렇게 하고 그 다음 주에는 서로의 글에 대해서 3개 이상 ‘좋아요’나 댓글을 남겨보자 이런 식으로 제안하거든요. 이런 활동이 학생들이 X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멋진 문장과 이에 대한 단상을 남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소셜미디어를 접목한 과제들을 많이 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단계적으로 책도 읽고 책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그래서 책을 좀 더 여러 번 읽어볼 수 있게끔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어떤 교육적 시도를 해보고 싶으신가요? 또 특히 중점을 두고자 하는 역할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교 교양교육에서 특히 글쓰기 교육의 초점이 쓰기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하거든요. 리터러시라고 했을 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문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긴 한데, 그동안 너무 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좀 해봅니다. 요즘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일단 읽을거리가 너무 넘쳐나는 시대이고 그리고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것에 더해서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 내키면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저희가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생성형 AI가 글을 대신 써주기도 하고 그런 상황인데 그러다 보니까 점점 좋은 글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워진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반드시 읽어야지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한데요. 좋은 글을 읽지 않고서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그리고 저는 좋은 글에 힘이 있다고 믿는 편이어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과제를 낼 때도 항상 좋은 글을 돌아가면서 서로 낭독한 다음에 과제를 내주거든요. 그러면 어떤 친구들은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자기도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이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쓰고 싶게 하는 그런 마음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기 교육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글쓰기 교육을 진행할 때 글 읽기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추천하시고 싶은 인생 책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 질문 딱 보자마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라는 중남미 작가님의 '백년의 고독'이라는 작품이 딱 떠올랐어요. 실제로도 학생들이 저에게 ‘교수님 책 좀 추천해 주세요’라고 할 때 제가 항상 이 책을 말해주는데, 저는 20대 때가 가장 고독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고독하다’라는 것을 그때 처음 제대로 겪었기 때문에 그 고독감이 되게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번 에세이 대회를 진행하면서도 보면 학생들이 되게 고독하다는 얘기를 많이 써요.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고, 이 책을 보면 작중 인물들이 다 깊은 고독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그 중에 아우렐리아노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인물은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다 이겨서 돌아오거든요. 승리한 상태에서 돌아오는데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해요 “나를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고 나 또한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그 말이 인간의 영원한 고독 이런 걸 암시하는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독한 학생들에게 나만 고독한 게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이 고독했고,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이 실은 영원한 것이구나 하는 걸 생각하면 학생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이어온 이소영 교수의 교육적 실천이 KAIST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내년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포토에세이 대회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길지 기대된다. 이소영 이소영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24년부터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글쓰기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디지털 시대의 논리적 글쓰기> 교재 집필에 참여하였으며, 소셜 미디어적 글쓰기와 자아 성찰 에세이를 결합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 포토 에세이 대회를 기획하는 등 KAIST 재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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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영재교육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구조적 실패 원인과 거버넌스 전환의 필요성
과학 영재교육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구조적 실패 원인과 거버넌스 전환의 필요성 정현철, 류춘렬 과학 영재교육은 국가 차원의 미래 인재 양성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된 정책 영역으로, 오랫동안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재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법적 기반을 가지고 영재학교, 과학고,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속도로 과학 영재교육 체계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양적 확장은 제도적 기반과 재정 투입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 영재교육을 둘러싼 환경은 분명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참여 학생 수의 감소, 지역 및 계층 간 접근성 격차에 대한 비판, 교육 내용의 획일화와 질적 저하, 과도한 선발 경쟁과 사교육 유발 문제,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 약화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정책 실패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과학 영재교육 정책의 실패 원인을 개별 프로그램이나 특정 실행 기관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병목 현상에서 찾고자 한다. 특히 이 연구는 과학 영재교육 정책이 단일한 행정 체계가 아니라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도 교육청, 대학, 연구기관, 학교 등 다수의 행위자가 동시에 관여하는 다핵적 정책 네트워크(polycentric policy network) 속에서 형성·집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책 목적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거나, 행위자 간 역할과 권한이 불분명할 경우 정책의 조정 실패와 비효율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책 성과의 문제는 ‘누가 잘못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는 정책 네트워크 이론을 핵심 분석 틀로 채택한다. 정책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현대의 정책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위계적 집행 모델이 정책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정책은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상호 의존성과 협력, 갈등과 조정을 통해 형성되고 실행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정책 성과는 단일 조직의 역량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의 조정 능력과 관계적 정합성에 의해 좌우된다. 정책 네트워크 이론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병목 현상(bottleneck)이다. 이는 정책 네트워크 내부에서 공동 목표의 부재, 정보 비대칭, 참여의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의 결여 등으로 인해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지점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일반적 병목 개념을 과학 영재교육 정책 맥락에 적용하여, 정책 성과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기존 이론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네트워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병목 현상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과학 영재교육 정책 분석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 재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기준은 목표의 명확성, 정책의 공공성, 교육의 다양성, 교육의 연계성, 교육의 내실화, 지원의 효율성이다. 이 여섯 가지 기준은 정책의 기획–설계–집행–조정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는 분석 틀로 기능한다. 첫째, 목표의 명확성은 과학 영재교육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이 이해관계자 간에 일관되게 공유되고 있는지를 묻는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 영재교육은 법적으로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는 이 두 목적이 일관된 체계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책 성과 평가는 성과주의적 인재 양성에 두고 표피적인 양적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며, 영재 선발, 교육과정, 진학 등 정책 수단은 단절적이고 영재의 발달과 성장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표는 주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목적 혼선은 단순한 철학적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수단 간의 불일치를 초래하고, 현장 실행 단계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재교육에서 목적이 불명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발은 경쟁 중심으로 흘러가고, 교육 내용은 입시와 연결되며, 학교와 기관은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제도를 해석하게 된다. 둘째, 정책의 공공성은 과학 영재교육 기회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연구는 현재 과학 영재교육 참여 비율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도서·벽지나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의 접근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편차가 아니라, 정책 네트워크 내부에서 자원이 특정 지역과 기관에 편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공공성의 문제는 형식적 선발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접근 가능성의 문제이며, 이 기준에서의 병목은 과학 영재교육의 사회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셋째, 교육의 다양성은 영재의 다양한 특성과 발달 경로가 실제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이라는 제도적 이원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 방식과 교육 내용은 매우 유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는 존재하지만 선택은 제한되는 ‘형식적 이원성–실질적 단일성’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따른 실질적 교육 경로 분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영재교육이 지향해야 할 다양성과 맞춤형 교육이라는 원칙과 명백히 충돌하는 지점이다. 넷째, 교육의 연계성은 영재교육 경험이 시간적·단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현재의 과학 영재교육은 매년 재선발되는 단속적 구조 속에서 운영되며, 이전 단계에서의 교육 성과가 다음 단계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중등 이후 단계에서 일반 학생을 위한 영재교육 경로가 사실상 붕괴되어 있으며(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영재교육에 참여하는 것보다 사교육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 팽배), 이는 정책 효과의 누적을 어렵게 만들고 교육 참여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섯째, 내실화는 정책의 질적 충실도와 현장 실행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연구는 교사의 참여 동기 약화, 교사 전문성 지원 체계의 취약성, 교육과정의 부재 및 교육 자료의 부실,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체계의 미비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한다. 이는 정책 네트워크 내에서 전문성 축적과 공유를 위한 구조적 장치가 부족한 데에서 기인한다. 마지막으로 효율성은 제한된 정책 자원이 중복 없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과학 영재교육 정책에서는 유사 사업의 병렬적 운영, 부처 및 기관 간 역할 중복,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자원이 분산되고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조정 실패가 누적된 전형적인 정책 네트워크 병목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과학 영재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관, 프로그램 및 제도의 미세 조정보다 정책 네트워크 차원의 거버넌스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목적의 재정립과 공유, 접근성 격차 해소를 위한 자원 재배치, 기능적 분화를 통한 실제적인 교육 다양성 확대, 과학영재의 전주기적 연계 체계 구축, 실행 품질 관리 체계 강화, 협력 기반의 조정 메커니즘 제도화가 유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과학 영재교육의 위기를 단일 정책 주체의 실패로 설명하는 접근을 넘어, 다핵적 정책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누적된 병목 현상의 결과로 해석한다. 과학 영재교육의 미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정책 행위자들이 어떤 목표를 공유하고 어떻게 연결되며 조정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향후 과학 영재교육 정책 논의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시야를 제공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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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50년간 영재를 키운 방법 -중국 AI 굴기의 숨은 동력, USTC 소년반 50년의 실험
중국이 50년간 영재를 키운 방법- 중국 AI 굴기의 숨은 동력, USTC 소년반 50년의 실험 류지영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영재정책센터 센터장 딥시크 충격이 일깨운 영재교육의 중요성 2025년 새해 벽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 AI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오픈AI의 ChatGPT에 필적하는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놀라운 기술 혁신의 주역들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중국 특유의 영재교육 시스템을 거쳐 성장한 젊은 과학자들이었다. 나는 10년 전 읽었던 한 편의 논문을 떠올렸다. 재미 중국인 Yun Dai 교수가 2014년에 발표한 “Special Class for the Gifted Young: A 34-year Experimentation with Early College Entrance Programs in China” 연구였다.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이 운영하는 ‘소년반(少年班)’이라는 독특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34년 성과를 분석한 이 논문은, 당시에는 흥미로운 교육 실험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AI 분야에서 보여주는 약진을 목도하며, 그들의 장기적인 인재 양성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올해 여름,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열린 세계영재학회(World Conference on Gifted Children)에서 USTC 소년반 연구진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들의 발표를 듣고 직접 방문 의사를 전하자, 흔쾌히 초청 기회를 주었다. 마침 한국 항공사가 소년반이 위치한 안후이성 허페이시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어, 곧바로 현장 탐방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심리학과에서 시작된 영재교육 탐방 USTC 캠퍼스에 도착한 첫날 아침, 방문 일정표를 받아든 순간 의외의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첫 방문지가 소년반이 아닌 심리학과 건물이었던 것이다. 건물 입구의 대형 전광판에는 붉은 배경에 흰 글씨로 “한국 영재교육 방문단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표시되어 있었다. 심리학과 학과장의 환영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소개가 시작되자, 의문은 곧 풀렸다. USTC 심리학과는 소년반 운영의 숨은 주역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학문적 협력을 넘어, 조기입학 영재들의 성공적인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16-17세에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업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학과 학과장인 Zhang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적으로는 대학 수준의 학습이 가능하지만, 정서적·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이 간극을 메우는 것입니다.” 심리학과의 여러 실험실 중 네 개의 실험실은 소년반 학생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영재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를 비롯해 조기입학 영재들을 위한 심리발달 실험실, 뇌기능 실험실, 심리와 교육평가 실험실, AI+심리학 실험실에서 소년반 학생들과 연관된 연구들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소년반 신입생이 1학년 때 심리학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라는 철학이 교육과정에 반영된 것이다. 노벨상 수장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47년의 역사 점심 식사 후 드디어 소년반 본부를 방문했다. 독립적 건물 로비에는 역대 졸업생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창업 성공 스토리, 국제 과학상 수상 소식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년반 원장 Lu교수는 1978년 창립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정다오(Tsung-Dao Lee) 교수가 중국의 인재 양성을 위해 중국 정부에게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일찍 발굴해 집중 교육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소년반은 초창기에는 40-50명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매년 400명을 선발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해 준다. 15,000대 400, 철저히 능력 중심의 선발 과정 소년반의 선발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이다. 매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선발 과정은 총 4단계로 구성된다. Lu 교수는, “우리는 단순히 현재의 학업 성취도만 보지는 않습니다. 잠재력, 학습 능력, 창의성, 그리고 협업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고 설명하였다. 중국 전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1차 서류 심사에서는 학교 성적을 비롯한 서류,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 평가해 15,000명의 지원자 중 8,000명을 선발한다. 2차는 3월 어느 토요일에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수학과 물리 필기시험을 실시하여, 2,000명으로 압축한다. 진짜 승부는 3차부터다. 4월에 USTC 캠퍼스로 직접 초청받은 2,000명은 더욱 심화된 수학과 물리 시험을 치른다. 여기서 상위 1,000명이 5월에 열리는 최종 4차 전형에 진출한다. 4차 전형의 평가 방식은 독특하다. USTC 교수가 60분간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강의한 후, 잠시 시간을 둔 후 90분간 시험을 본다. 이는 학생들의 즉각적인 학습 능력과 응용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5-6명씩 그룹을 지어 진행하는 집단 토론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팀워크를 관찰한다. 또 다른 평가 항목이 있다. 바로 1km 달리기이다. 건강한 신체 없이는 장기간의 연구 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육체적인 준비도도 살핀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이다. 평가 과정에서 성별, 이름,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은 일절 고려되지 않는다. 모든 지원자는 수험번호로만 식별되며, 오직 점수만이 합격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최연소 합격자는 13세였으며, 대부분의 학생은 16-17세에 입학한다고 한다. 40명의 동지, 4년의 여정, 평생의 인연 소년반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일반 대학생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입학과 동시에 40-45명으로 구성된 ‘반(班)’에 배정된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구분이 아니라, 4년간 함께 성장할 학습 공동체의 기본 단위다. 학생들은 각 반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선의의 경쟁도 하는 진정한 동료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 각 반에는 전담 담임교사가 배정된다. 이들은 어린 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돌보고, 부모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담임교사는 ‘제2의 부모’ 같은 존재다. 이들은 졸업 후에도 1년에 한번 있는 동문회 때 소년반을 찾아와 담임과 조우하거나,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소년반에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는 전공 구분 없이 진행된다.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과목과 심리학을 기초 과목으로 공통적으로 이수한다. 이 시기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공을 선택해 심화 학습에 들어간다. 물리학, 수학, 컴퓨터과학, 화학, 생명과학 등 USTC의 모든 전공이 소년반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각 반의 담임선생님의 생활지도를 받으면서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투자와 성과,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 중국 정부는 소년반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학비는 거의 없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지원된다. 이러한 투자는 확실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졸업생의 85%가 대학원에 진학하며, 이 중 25%는 MIT, 스탠포드, 프린스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USTC 대학원에 진학한다. “USTC 대학원에 남는 학생이 많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장은 설명했다. “4년간 교수와 학생 사이에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학부 때부터 연구실에서 함께 실험하고 논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연구 파트너가 되는 거죠.” 졸업생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바이두의 공동창업자 마둥민, 캠브리콘 회장 천톈스 등 중국 IT 기업의 핵심 인재들이 소년반 출신이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중 소년반 출신이 상당수이며, 업적을 인정받아 과학기술분야의 주요 상들을 수상하고 있다. 그늘과 도전, 그리고 지속적인 진화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기 입학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일부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집과 부모님과 떨어지면서 게임 중독이나 자기통제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USTC는 지속적으로 교육과 지원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학생들의 취미 활동과 단체 활동 등을 적극 장려한다. 한국 영재교육이 나아갈 길 USTC 소년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며 한때 영재교육의 붐을 일으켰다. 과학고등학교, 영재학교,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영재학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많은 학생들이 그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영재담당교사들은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구회를 조직하고, 정부에서는 그러한 활동들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이슈들로 인해 영재교육은 크게 위축되었고,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인기는 다소 사그라 든 것이 사실이다. 반면 중국은 소년반 외에도 북경대, 칭화대, 푸단대 등 주요 대학마다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조기 교육이 아니라, 체계적인 선발부터 맞춤형 교육, 심리적 지원, 졸업 후 네트워크까지 전 과정을 설계한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아직은 보다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USTC 소년반의 50년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영재교육은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장의 입시성과나 효과성보다는 장기적 투자에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다단계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지적인 역량의 평가 뿐만 아니라, 체력을 비롯해,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학업 능력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전인적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영재들의 인지적 성장 속도와 정서적, 심리적 성장 속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영재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영재들의 정서 및 심리적 적응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개인의 성공이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도래로 인재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이 보여주듯, 혁신적인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항상 뛰어난 인재가 있다. 우리도 이제 영재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모으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재개해야 할 때다. 중국 소년반의 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실시되어 온 영재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인재육성에 맞는 새로운 ‘New 한국형 영재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키우는 영재들이 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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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지]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운영팀 위촉연구원(육아휴직대체자) 모집 공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운영팀 위촉연구원(육아휴직대체자) 모집 공고
2025-12-29
NOTICE
[일반공지] 2025 제3차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세미나 개최 안내(12/9, 화)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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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지] 2025 제2차 KAIST 과학영재교육 포럼 참가 신청
2025-11-06
NOTICE
[일반공지] 2025 제2차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세미나 안내
연구원 구성원들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최신 연구 방법론을 함께 탐구하기 위해「2025 제2차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세미나」를 아래와 같이 개최하고자 합니다. 주제: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과 연구 방법 탐색: LLM부터 AI agent까지 강연자: 손정우 교수님 (경상국립대학교) 일시: 2025년 9월 23일(화) 16:00 ~ 18:00 장소: KAIST 문지캠퍼스 학부동 6층 대회의실 참여 신청: 신청 링크(※ 9월 15일(월) 오후 2시까지 신청 가능하며, 신청하신 분들께 강의 준비물을 개별 안내드릴 예정입니다.) 바쁘시더라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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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 KAIST GIFTED TIMES #25-4 (2025년 12월)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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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ing-people] 인문학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끄는 이소영 교수를 만나다
인문학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끄는이소영 교수를 만나다 인터뷰 / 2025년 12월 22일 글 / 홍세정(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사진 및 영상 / 강현민(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이소영 초빙교수는 KAIST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KAIST에서 올해 처음 개최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 포토에세이 대회는 이소영 교수의 수업 중 활동에서 출발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KAIST 학생들이 자아 성찰이라는 인문학적 질문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대회의 기획 배경과 의미를 비롯해, 이공계 중심 대학에서의 인문학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교수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이소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서 학교에서 <글쓰기의 기초>와 <논리적 글쓰기>라는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최근 KAIST에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는 포토에세이 대회가 개최되었는데요. 특히 이공계 중심 대학인 KAIST에서 이러한 대회가 열렸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포토에세이 대회는 학생들에게 자아 성찰의 기회를 주면서도 소셜미디어와 접목해서 학생들이 좀 재미있게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대회고요. KAIST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가을학기에 처음 진행이 되었었고 학생들이 자신의 어떤 감정, 상황, 정체성 이런 것들을 드러내 주는 사물이나 풍경에 대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한 글을 600자 내외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사를 거쳐서 저희가 수상작들을 뽑았고요. 그 수상작들에 대한 전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적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포토에세이 대회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와, 처음 대회를 준비하실 때의 목표와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실은 이 대회가 제가 수업에서 하던 활동을 발전시킨 것이었는데요, 제가 KAIST에 처음 왔을 때 <논리적 글쓰기>라는 교과목을 맡게 되었는데 그 교과목이 첫 주에 ‘진단 글쓰기’라는 게 있어요.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진단하기 위해 짤막한 글을 써서 제출하게 하는데, 저는 항상 학생들한테 글을 쓸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라고 해요. 첫 번째는 비교적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 쓰는 것이 좋고, 그 다음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쓰는 게 좋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는데, 진단 글쓰기라고 해서 처음 글을 써야 되다 보니 어떤 것에 대해서 써야 할지 좀 난감하잖아요. 막막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 두 가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실은 여러분들 자신에 대해서 쓰는 게 좋다고 얘기를 해요. 학생들이 비교적 본인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리고 저는 학생들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때문에 본인에 대해서 쓰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근데 그렇게 자기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면 보통은 자기소개서 특히 대학 입시 때 학생들이 많이 썼었으니까 그것을 생각하기가 쉬울 것 같고 그럼 뻔한 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톨릭 대학교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자화상에세이, 포토에세이 이런 과제들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서 학생들한테 본인에 대해서 글을 쓰되 그냥 쓰지 말고 본인을 드러내 주는 사진을 찍고 그것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봐라 이렇게 제안을 하기 시작한 게 이 포토에세이의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처음 과제를 내줬을 때 되게 인상 깊었던 게 어떤 학생이 저한테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되게 바쁘게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제대로 없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너무 어려웠는데 그래도 막상 이 과제를 해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 말이 저는 좀 놀랍기도 하고 또 되게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어요. KAIST 학생들이 대부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잘했었고, 지금도 되게 열심히 하고 있는 그런 친구들이잖아요. 목표 의식이 강하고, 목표를 향해서 집중해서 달려가는 학생들이다 보니까 자기 성찰의 기회가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활동을 글쓰기 수업에서 꼭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과에서 글쓰기 교재를 최근에 개편했는데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런 자기 성찰 에세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씀드렸었고, 소셜미디어로 자기를 표현하는 글쓰기의 일환으로 이 활동을 넣게 되었어요. 포토에세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글도 쓰고 하는 활동과 연결해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썼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량도 600자 내외로 되게 짧게 글을 쓰게 합니다. 이 대회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근데 그 과정이 너무 무겁진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이 좀 가볍게 그 과정을 한 번 겪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대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는 대회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또 이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대회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대회명을 결정해야 되는데 제가 그때 딱 떠오른 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괴테라는 작가가 지은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 소설 내용은 젊은 베르테르가 로테라는 여성을 사랑하는데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내면을 담고 있는 그런 소설인데, 저는 당연히 KAIST 학생들의 그런 슬픔을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학생들 대부분이 어리고 그리고 슬픔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을 표현할 기회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이라든지, 자기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이라든지, 자기가 처한 상황이라든지, 정체성 이런 것들을 이번 대회를 통해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걸 종합적으로 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이다 보니 ‘초상’이라는 것까지 붙여서‘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이라고 붙이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진행하시면서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인상 깊었던 학생들의 모습이나 느낀 점이 있으셨을까요? 대회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셨겠지만 의외로 되게 감수성이 풍부한 그런 학생들도 많았고, 그리고 사진 실력도 또 의외로 되게 수준급인 그런 학생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제가 가장 놀라면서도 기쁘고 고마웠던 것은 학생들이 대부분 다 되게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이 활동에 임해줬어요. 그게 가장 기뻤는데 저는 KAIST 학생들이 아무래도 이공계 학생들이다 보니까 이런 활동을 되게 낯설어하고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되게 가감 없이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런 것에 주저함이 없고 이런 경우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이 되게 의외였고 놀라웠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번 대회 출품작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가 한 작품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고, 물론 다른 분들도 심사를 하셨지만 제가 심사를 할 때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뭔가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는 그런 글이나 사진보다는 약간 일상에서 되게 쉽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지나치지 않고, 포착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사진과 글들이 있었어요. 그런 작품들이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대회가 굉장히 성공적이어서 이 대회를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카이스트의 내국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었는데, 앞으로는 카이스트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좀 더 확장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KAIST 학생들만의 정서나 감수성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제가 봤던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의 특징은 관찰력이 되게 뛰어났던 것 같아요. 일상과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그런 관찰력을 볼 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과학도로서 뭔가 실험하고 관찰하고, 정밀하고 세밀한 것들을 다루는 그런 것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는 학생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주의 깊은 관찰력에서 학생들의 독특한 감수성, 정서 이런 게 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요, KAIST에서 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창의적 융합인재라는 것에서 중요한 부분이 연결점, 접점 같은 것을 발견해 내는 그런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학문 분야가 만나고 충돌하면서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런 어떤 연결성, 접점 이런 걸 학생들이 잘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과학기술 연구에 천착을 하다 보면, 그 과학기술이 우리 삶이라든지 인간 사회에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를 약간 놓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런 연결성, 접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게 저는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펜하이머>(2023)나<프랑켄슈타인>(2025)과 같은 영화, 아니면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과 같은SF 소설의 힘이 바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KAIST에서 인문학이 학생들과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글쓰기 수업이긴 하지만 학생들한테 매 학기 책을 꼭 한 권씩은 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근데 학생들한테 이런 고전을 읽어라 그리고 이에 대해서 서평을 써라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되게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그 서평을 쓰기 전까지 독서 활동에 좀 단계를 둬서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서서히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 한 주는 책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클라썸이라는 플랫폼에 쓰고 이에 대한 짧은 단상을 남겨보자, 일주일 동안은 그렇게 하고 그 다음 주에는 서로의 글에 대해서 3개 이상 ‘좋아요’나 댓글을 남겨보자 이런 식으로 제안하거든요. 이런 활동이 학생들이 X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멋진 문장과 이에 대한 단상을 남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소셜미디어를 접목한 과제들을 많이 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단계적으로 책도 읽고 책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그래서 책을 좀 더 여러 번 읽어볼 수 있게끔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어떤 교육적 시도를 해보고 싶으신가요? 또 특히 중점을 두고자 하는 역할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교 교양교육에서 특히 글쓰기 교육의 초점이 쓰기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하거든요. 리터러시라고 했을 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문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긴 한데, 그동안 너무 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좀 해봅니다. 요즘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일단 읽을거리가 너무 넘쳐나는 시대이고 그리고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것에 더해서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 내키면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저희가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생성형 AI가 글을 대신 써주기도 하고 그런 상황인데 그러다 보니까 점점 좋은 글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워진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반드시 읽어야지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한데요. 좋은 글을 읽지 않고서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그리고 저는 좋은 글에 힘이 있다고 믿는 편이어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과제를 낼 때도 항상 좋은 글을 돌아가면서 서로 낭독한 다음에 과제를 내주거든요. 그러면 어떤 친구들은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자기도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이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쓰고 싶게 하는 그런 마음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기 교육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글쓰기 교육을 진행할 때 글 읽기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추천하시고 싶은 인생 책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 질문 딱 보자마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라는 중남미 작가님의 '백년의 고독'이라는 작품이 딱 떠올랐어요. 실제로도 학생들이 저에게 ‘교수님 책 좀 추천해 주세요’라고 할 때 제가 항상 이 책을 말해주는데, 저는 20대 때가 가장 고독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고독하다’라는 것을 그때 처음 제대로 겪었기 때문에 그 고독감이 되게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번 에세이 대회를 진행하면서도 보면 학생들이 되게 고독하다는 얘기를 많이 써요.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고, 이 책을 보면 작중 인물들이 다 깊은 고독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그 중에 아우렐리아노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인물은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다 이겨서 돌아오거든요. 승리한 상태에서 돌아오는데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해요 “나를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고 나 또한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그 말이 인간의 영원한 고독 이런 걸 암시하는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독한 학생들에게 나만 고독한 게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이 고독했고,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이 실은 영원한 것이구나 하는 걸 생각하면 학생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이어온 이소영 교수의 교육적 실천이 KAIST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내년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포토에세이 대회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길지 기대된다. 이소영 이소영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24년부터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글쓰기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디지털 시대의 논리적 글쓰기> 교재 집필에 참여하였으며, 소셜 미디어적 글쓰기와 자아 성찰 에세이를 결합한 ‘젊은 카이스트인의 초상’ 포토 에세이 대회를 기획하는 등 KAIST 재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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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과학 영재교육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구조적 실패 원인과 거버넌스 전환의 필요성
과학 영재교육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구조적 실패 원인과 거버넌스 전환의 필요성 정현철, 류춘렬 과학 영재교육은 국가 차원의 미래 인재 양성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된 정책 영역으로, 오랫동안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재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법적 기반을 가지고 영재학교, 과학고,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속도로 과학 영재교육 체계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양적 확장은 제도적 기반과 재정 투입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 영재교육을 둘러싼 환경은 분명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참여 학생 수의 감소, 지역 및 계층 간 접근성 격차에 대한 비판, 교육 내용의 획일화와 질적 저하, 과도한 선발 경쟁과 사교육 유발 문제,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 약화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정책 실패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과학 영재교육 정책의 실패 원인을 개별 프로그램이나 특정 실행 기관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병목 현상에서 찾고자 한다. 특히 이 연구는 과학 영재교육 정책이 단일한 행정 체계가 아니라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도 교육청, 대학, 연구기관, 학교 등 다수의 행위자가 동시에 관여하는 다핵적 정책 네트워크(polycentric policy network) 속에서 형성·집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책 목적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거나, 행위자 간 역할과 권한이 불분명할 경우 정책의 조정 실패와 비효율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책 성과의 문제는 ‘누가 잘못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는 정책 네트워크 이론을 핵심 분석 틀로 채택한다. 정책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현대의 정책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위계적 집행 모델이 정책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정책은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상호 의존성과 협력, 갈등과 조정을 통해 형성되고 실행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정책 성과는 단일 조직의 역량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의 조정 능력과 관계적 정합성에 의해 좌우된다. 정책 네트워크 이론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병목 현상(bottleneck)이다. 이는 정책 네트워크 내부에서 공동 목표의 부재, 정보 비대칭, 참여의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의 결여 등으로 인해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지점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일반적 병목 개념을 과학 영재교육 정책 맥락에 적용하여, 정책 성과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기존 이론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네트워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병목 현상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과학 영재교육 정책 분석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 재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기준은 목표의 명확성, 정책의 공공성, 교육의 다양성, 교육의 연계성, 교육의 내실화, 지원의 효율성이다. 이 여섯 가지 기준은 정책의 기획–설계–집행–조정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는 분석 틀로 기능한다. 첫째, 목표의 명확성은 과학 영재교육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이 이해관계자 간에 일관되게 공유되고 있는지를 묻는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 영재교육은 법적으로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는 이 두 목적이 일관된 체계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책 성과 평가는 성과주의적 인재 양성에 두고 표피적인 양적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며, 영재 선발, 교육과정, 진학 등 정책 수단은 단절적이고 영재의 발달과 성장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표는 주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목적 혼선은 단순한 철학적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수단 간의 불일치를 초래하고, 현장 실행 단계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재교육에서 목적이 불명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발은 경쟁 중심으로 흘러가고, 교육 내용은 입시와 연결되며, 학교와 기관은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제도를 해석하게 된다. 둘째, 정책의 공공성은 과학 영재교육 기회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연구는 현재 과학 영재교육 참여 비율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도서·벽지나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의 접근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편차가 아니라, 정책 네트워크 내부에서 자원이 특정 지역과 기관에 편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공공성의 문제는 형식적 선발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접근 가능성의 문제이며, 이 기준에서의 병목은 과학 영재교육의 사회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셋째, 교육의 다양성은 영재의 다양한 특성과 발달 경로가 실제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이라는 제도적 이원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 방식과 교육 내용은 매우 유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는 존재하지만 선택은 제한되는 ‘형식적 이원성–실질적 단일성’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따른 실질적 교육 경로 분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영재교육이 지향해야 할 다양성과 맞춤형 교육이라는 원칙과 명백히 충돌하는 지점이다. 넷째, 교육의 연계성은 영재교육 경험이 시간적·단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현재의 과학 영재교육은 매년 재선발되는 단속적 구조 속에서 운영되며, 이전 단계에서의 교육 성과가 다음 단계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중등 이후 단계에서 일반 학생을 위한 영재교육 경로가 사실상 붕괴되어 있으며(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영재교육에 참여하는 것보다 사교육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 팽배), 이는 정책 효과의 누적을 어렵게 만들고 교육 참여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섯째, 내실화는 정책의 질적 충실도와 현장 실행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연구는 교사의 참여 동기 약화, 교사 전문성 지원 체계의 취약성, 교육과정의 부재 및 교육 자료의 부실,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체계의 미비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한다. 이는 정책 네트워크 내에서 전문성 축적과 공유를 위한 구조적 장치가 부족한 데에서 기인한다. 마지막으로 효율성은 제한된 정책 자원이 중복 없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이다. 과학 영재교육 정책에서는 유사 사업의 병렬적 운영, 부처 및 기관 간 역할 중복,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자원이 분산되고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조정 실패가 누적된 전형적인 정책 네트워크 병목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과학 영재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관, 프로그램 및 제도의 미세 조정보다 정책 네트워크 차원의 거버넌스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목적의 재정립과 공유, 접근성 격차 해소를 위한 자원 재배치, 기능적 분화를 통한 실제적인 교육 다양성 확대, 과학영재의 전주기적 연계 체계 구축, 실행 품질 관리 체계 강화, 협력 기반의 조정 메커니즘 제도화가 유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과학 영재교육의 위기를 단일 정책 주체의 실패로 설명하는 접근을 넘어, 다핵적 정책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누적된 병목 현상의 결과로 해석한다. 과학 영재교육의 미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정책 행위자들이 어떤 목표를 공유하고 어떻게 연결되며 조정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향후 과학 영재교육 정책 논의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시야를 제공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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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중국이 50년간 영재를 키운 방법 -중국 AI 굴기의 숨은 동력, USTC 소년반 50년의 실험
중국이 50년간 영재를 키운 방법- 중국 AI 굴기의 숨은 동력, USTC 소년반 50년의 실험 류지영 /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영재정책센터 센터장 딥시크 충격이 일깨운 영재교육의 중요성 2025년 새해 벽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 AI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오픈AI의 ChatGPT에 필적하는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놀라운 기술 혁신의 주역들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중국 특유의 영재교육 시스템을 거쳐 성장한 젊은 과학자들이었다. 나는 10년 전 읽었던 한 편의 논문을 떠올렸다. 재미 중국인 Yun Dai 교수가 2014년에 발표한 “Special Class for the Gifted Young: A 34-year Experimentation with Early College Entrance Programs in China” 연구였다.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이 운영하는 ‘소년반(少年班)’이라는 독특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34년 성과를 분석한 이 논문은, 당시에는 흥미로운 교육 실험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AI 분야에서 보여주는 약진을 목도하며, 그들의 장기적인 인재 양성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올해 여름,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열린 세계영재학회(World Conference on Gifted Children)에서 USTC 소년반 연구진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들의 발표를 듣고 직접 방문 의사를 전하자, 흔쾌히 초청 기회를 주었다. 마침 한국 항공사가 소년반이 위치한 안후이성 허페이시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어, 곧바로 현장 탐방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심리학과에서 시작된 영재교육 탐방 USTC 캠퍼스에 도착한 첫날 아침, 방문 일정표를 받아든 순간 의외의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첫 방문지가 소년반이 아닌 심리학과 건물이었던 것이다. 건물 입구의 대형 전광판에는 붉은 배경에 흰 글씨로 “한국 영재교육 방문단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표시되어 있었다. 심리학과 학과장의 환영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소개가 시작되자, 의문은 곧 풀렸다. USTC 심리학과는 소년반 운영의 숨은 주역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학문적 협력을 넘어, 조기입학 영재들의 성공적인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16-17세에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업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학과 학과장인 Zhang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적으로는 대학 수준의 학습이 가능하지만, 정서적·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이 간극을 메우는 것입니다.” 심리학과의 여러 실험실 중 네 개의 실험실은 소년반 학생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영재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를 비롯해 조기입학 영재들을 위한 심리발달 실험실, 뇌기능 실험실, 심리와 교육평가 실험실, AI+심리학 실험실에서 소년반 학생들과 연관된 연구들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소년반 신입생이 1학년 때 심리학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라는 철학이 교육과정에 반영된 것이다. 노벨상 수장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47년의 역사 점심 식사 후 드디어 소년반 본부를 방문했다. 독립적 건물 로비에는 역대 졸업생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창업 성공 스토리, 국제 과학상 수상 소식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년반 원장 Lu교수는 1978년 창립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정다오(Tsung-Dao Lee) 교수가 중국의 인재 양성을 위해 중국 정부에게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일찍 발굴해 집중 교육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소년반은 초창기에는 40-50명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매년 400명을 선발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해 준다. 15,000대 400, 철저히 능력 중심의 선발 과정 소년반의 선발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이다. 매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선발 과정은 총 4단계로 구성된다. Lu 교수는, “우리는 단순히 현재의 학업 성취도만 보지는 않습니다. 잠재력, 학습 능력, 창의성, 그리고 협업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고 설명하였다. 중국 전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1차 서류 심사에서는 학교 성적을 비롯한 서류,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 평가해 15,000명의 지원자 중 8,000명을 선발한다. 2차는 3월 어느 토요일에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수학과 물리 필기시험을 실시하여, 2,000명으로 압축한다. 진짜 승부는 3차부터다. 4월에 USTC 캠퍼스로 직접 초청받은 2,000명은 더욱 심화된 수학과 물리 시험을 치른다. 여기서 상위 1,000명이 5월에 열리는 최종 4차 전형에 진출한다. 4차 전형의 평가 방식은 독특하다. USTC 교수가 60분간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강의한 후, 잠시 시간을 둔 후 90분간 시험을 본다. 이는 학생들의 즉각적인 학습 능력과 응용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5-6명씩 그룹을 지어 진행하는 집단 토론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팀워크를 관찰한다. 또 다른 평가 항목이 있다. 바로 1km 달리기이다. 건강한 신체 없이는 장기간의 연구 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육체적인 준비도도 살핀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이다. 평가 과정에서 성별, 이름,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은 일절 고려되지 않는다. 모든 지원자는 수험번호로만 식별되며, 오직 점수만이 합격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최연소 합격자는 13세였으며, 대부분의 학생은 16-17세에 입학한다고 한다. 40명의 동지, 4년의 여정, 평생의 인연 소년반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일반 대학생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입학과 동시에 40-45명으로 구성된 ‘반(班)’에 배정된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구분이 아니라, 4년간 함께 성장할 학습 공동체의 기본 단위다. 학생들은 각 반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선의의 경쟁도 하는 진정한 동료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 각 반에는 전담 담임교사가 배정된다. 이들은 어린 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돌보고, 부모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담임교사는 ‘제2의 부모’ 같은 존재다. 이들은 졸업 후에도 1년에 한번 있는 동문회 때 소년반을 찾아와 담임과 조우하거나,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소년반에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는 전공 구분 없이 진행된다.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과목과 심리학을 기초 과목으로 공통적으로 이수한다. 이 시기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공을 선택해 심화 학습에 들어간다. 물리학, 수학, 컴퓨터과학, 화학, 생명과학 등 USTC의 모든 전공이 소년반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각 반의 담임선생님의 생활지도를 받으면서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투자와 성과,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 중국 정부는 소년반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학비는 거의 없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지원된다. 이러한 투자는 확실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졸업생의 85%가 대학원에 진학하며, 이 중 25%는 MIT, 스탠포드, 프린스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USTC 대학원에 진학한다. “USTC 대학원에 남는 학생이 많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장은 설명했다. “4년간 교수와 학생 사이에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학부 때부터 연구실에서 함께 실험하고 논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연구 파트너가 되는 거죠.” 졸업생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바이두의 공동창업자 마둥민, 캠브리콘 회장 천톈스 등 중국 IT 기업의 핵심 인재들이 소년반 출신이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중 소년반 출신이 상당수이며, 업적을 인정받아 과학기술분야의 주요 상들을 수상하고 있다. 그늘과 도전, 그리고 지속적인 진화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기 입학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일부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집과 부모님과 떨어지면서 게임 중독이나 자기통제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USTC는 지속적으로 교육과 지원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학생들의 취미 활동과 단체 활동 등을 적극 장려한다. 한국 영재교육이 나아갈 길 USTC 소년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며 한때 영재교육의 붐을 일으켰다. 과학고등학교, 영재학교,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영재학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많은 학생들이 그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영재담당교사들은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구회를 조직하고, 정부에서는 그러한 활동들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이슈들로 인해 영재교육은 크게 위축되었고,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인기는 다소 사그라 든 것이 사실이다. 반면 중국은 소년반 외에도 북경대, 칭화대, 푸단대 등 주요 대학마다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조기 교육이 아니라, 체계적인 선발부터 맞춤형 교육, 심리적 지원, 졸업 후 네트워크까지 전 과정을 설계한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아직은 보다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USTC 소년반의 50년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영재교육은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장의 입시성과나 효과성보다는 장기적 투자에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다단계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지적인 역량의 평가 뿐만 아니라, 체력을 비롯해,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학업 능력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전인적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영재들의 인지적 성장 속도와 정서적, 심리적 성장 속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영재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영재들의 정서 및 심리적 적응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개인의 성공이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도래로 인재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이 보여주듯, 혁신적인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항상 뛰어난 인재가 있다. 우리도 이제 영재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모으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재개해야 할 때다. 중국 소년반의 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실시되어 온 영재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인재육성에 맞는 새로운 ‘New 한국형 영재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키우는 영재들이 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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