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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영재 교육 왜 해야 하나?
과학 영재 교육 왜 해야 하나?
작성자 과학영재교육연구원-운영자 작성일 2024-08-26 14: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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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Top-story

[2024.06.30.]

 

과학 영재교육 왜 해야 하나?

 

정현철 

KAIST과학영재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된 것이 2000년이니까 올해로 우리나라에서 법적 기반을 가지고 영재교육이 시작된 지 25년이 흘렀습니다. 이 시점에서 영재교육 초기에 논의되고 공감되었어야 할 주제인 ‘과학 영재교육 왜 해야 하나?’에 관한 글을 요청받고 갑갑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영재교육 정책이 쇠퇴하고,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바로 ‘영재교육 왜 해야 하나?’라는 것에 공감대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논의를 통해서 영재교육의 필요성과 목적에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영재교육을 왜 해야 하나?’ 즉, 영재교육의 필요성 또는 목적은 초기 영재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두 선각자 터먼과 홀링워스가 제시한 두 가지 견해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터먼의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영재’는 지능 테스트로 판별이 가능하며, 이들의 높은 잠재 능력을 사회의 복지와 활력을 증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영재성에 관한 생각은 지능 중심에서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복잡해졌지만, 이와 같은 사회적 효율성 중심의 영재교육의 목적은 여전히 렌줄리나 스턴버그 등 많은 학자에 의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홀링워스의 전통은 영재교육의 목적을 영재 아동 자신에게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홀링워스는 주로 고지능의 영재들을 많이 경험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교육 환경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정신지체자나 학습 장애자를 위한 특별 교육과 다르지 않게 영재들도 그들의 인지 발달, 사회-정서적 경험에 상응하는 교육적 요구와 고유성에 맞춰 조정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영재 아동의 특수성 중심의 영재교육의 목적은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습니다. 볼랜드나 콜먼과 같은 학자들은 특수 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재들이 적합하지 않은 교육 환경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교육의 기본권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습의 다양성 측면에서 그들의 학습 요구를 충족하는 방법으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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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우리나라 영재교육진흥법에는 영재교육의 목적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영재교육진흥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9조에 따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여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도모하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목적에는 터먼의 전통과 홀링워스의 전통, 두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고 자아실현을 도모하며’, 이 부분은 홀링워스의 전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 이 부분은 터먼의 전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목적 중에서 영재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후자의 목적이 더 핵심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국가가 추가적인 예산을 투입하여 영재교육을 하는 것은 후자의 목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음과 같은 점에서 후자의 목적을 더 중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영재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영재 이외의 많은 일반 학생은 그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재교육대상자는 ‘재능이 뛰어난 정도’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더 절실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정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현재처럼 영재들이 대부분 시간을 일반 교육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불과 몇 시간만 다른 교육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전자의 목적으로는 적절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인식은 영재교육을 받은 과학영재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국가가 과학영재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제공하는 이유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길 강하게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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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미국에서 영재교육에 큰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우수한 과학 인재의 육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평준화 정책에 따라 우수 인재의 수월성교육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결과로 과학영재 교육기관인 과학고가 시작된 것을 보면 후자의 목적이 더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대부분(60% 이상)이 과학영재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도 암묵적으로 이와 같은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영재교육은 두 가지 목적으로 시행되지만, 교육자들은 후자의 목적보다 전자의 목적을 더 강조하게 됩니다. 반면에 정책추진자들은 전자의 목적보다 후자의 목적을 더 강조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목적을 완전히 배제한 영재교육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국가 발전에 대한 공헌을 고려하지 않는 영재교육 정책에 지속적인 추가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영재에게 적합한 교육이 없는 인재 양성 정책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2가지 목적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기에 조화를 이루는 영재교육 정책이 필요합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강조하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회, 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핵심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특히 알파고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으며, 생성형 AI는 이미 컴퓨터 코딩, 음악, 미술뿐만 아니라 정보 생성, 문서 요약 및 분석 등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로봇의 발달은 점점 우리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 섬세함까지 따라잡고 있으며, 신약의 등장은 인류의 안전과 생명 연장은 더욱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양자컴퓨터, 자율주행 자동차, 초고속 통신망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에 모든 국가는 치열한 국제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핵심적인 국가 전략으로 우수한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중국이 네이처 인덱스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투자를 합친 국가 연구개발(R&D) 총예산은 2020년 기준으로 404조원인데 이는 한국의 4배 수준입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사회적인 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영재 육성에 많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많은 우수한 과학영재들이 이공계 분야보다 의대 진학을 택하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과학영재교육을 통한 우수한 과학기술인재의 육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학영재들은 미래의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 갈 잠재적 리더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 과학영재의 중요성에 비추어 과학영재 교육 정책은 지속적으로 잘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꼭 필요합니다. 영재교육이 영재들 또는 관계된 사람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치고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둘째, 과학영재 교육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역이나 경제적 지위 등에 따른 기회의 차별이 생긴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특히 과학영재는 소수이고 대다수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는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셋째,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과학영재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과학영재라고 범주화했을 때 이들은 동일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다양한 교육 방법과 내용을 제공하고, 연계성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성장한 과학영재들이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의 다양성을 높이고,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혁신을 통해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성과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강화하고, 선순환 구조를 통해 과학영재교육이 지속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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