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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영재교육 현장을 가다 | |||||
| 작성자 | 과학영재교육연구원-최고관리자 | 작성일 | 2025-09-29 22:54: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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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피 | ***.***.***.121 | 조회수 | 500 | ||
| 카테고리 | Issu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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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영재교육 현장을 가다
2025년 8월 29일,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은 여전히 여름의 열기로 가득했지만, 다음 날 새벽 핀란드 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서늘한 가을 공기와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였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듯, 이번 여정 역시 새로운 배움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듯했다.
핀란드는 공식적으로 ‘영재교육’ 제도가 없다. 그러나 여러 교육기관과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 나니, 왜 전 세계가 핀란드 교육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키워내는 체계적이고 포용적인 교육 생태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 Kiris Tirri 교수와의 인터뷰: 모든 아이가 주인공인 교실
헬싱키의 한 아늑한 카페에서 만난 헬싱키대학교 Kirsi Tirri 교수님은, 영재교육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 핀란드에서 30여 년간 영재교육을 연구해 온 대표적 학자이자 교육심리학자다.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교수님은 최근 자신의 연구 성과를 핀란드어책으로 집대성해 현장 교사들이 직접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모든 학생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아이들만 따로 떼어놓지도 않아요.”
교수님은 핀란드 교육의 핵심을 ‘포용 교육(Inclusive Education)’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에는 특수학교가 거의 없으며,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과 영재 학생이 모두 같은 교실에서 함께 배우고 있었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수정·차별화(differentiation)하여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며, 이는 이민자·비핀란드어권을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지도한 연구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다. 특히 교수님은 소외계층이나 이민자 배경의 학생들도 일반 교실에서 충분히 지원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포용적 영재교육의 실제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핀란드 교사들은 모두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계획할 수 있는 높은 자율성을 지닌다. 교수님은 “교사가 많은 권한을 가진 만큼, 영재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결국 교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교사가 고립되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교장·동료 교사·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헬싱키대 교원 양성 과정에서도 차별화 교육과 감정교육을 필수로 포함해, 모든 예비 교사가 영재교육의 기본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또한 교수님은 핀란드와 한국의 영재교육 방식을 비교하며, 핀란드는 교사 주도 수업을 통해 형평성을 지향하는 반면, 한국은 영재교육이 공교육과 별도로 운영되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표준화 시험 위주의 교육은 학생의 내적 동기를 저하시켜 영재 학생의 소진(burnout)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우려를 전했다. 교수님과의 인터뷰는 실로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로의 관심 분야가 일치할 때, 다른 교육 환경에 있더라도 대화가 이렇게 풍성하고 깊어질 수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LUMA Centre Finland: 실생활과 연계된 과학
LUMA Centre Finland에서 만난 Jan Lundell디렉터 교수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과학은 실험실에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슈퍼마켓에서도 할 수 있거든요!" 교수님은 LUMA에 도착한 우리를 가장 먼저 실험장비가 보관된 캐비닛 앞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 안에는 밀가루, 레몬즙, 베이킹소다 같은 일상적인 재료들이 가득했다. 실제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생활 속 호기심을 과학적 탐구로 연결하고 있었다. 고가의 장비보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일상에서 과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LUMA의 철학이었다. LUMA Centre Finland는 30년 전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출발해, 현재는 핀란드 전역 11개 연구중심대학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과학교육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최근 4년 동안 약 40만 명의 학생과 1만 8천 명의 교사가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과학 캠프·연구실 체험·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청소년, 학부모, 지역사회까지 참여의 저변을 넓히고 있었다. 특히 LUMA는 국가 STEM 교육 전략(2030 로드맵)을 실행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정책·연구·교육·사회가 긴밀히 연결된 교육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다. 동시에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에 컨설팅을 제공하며 국제적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교수님은 교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경계하며, “핵심은 그 기술로 무엇을 배우는가”라고 강조했다. AI·코딩 같은 최신 기술도 결국 도구일 뿐, 생활세계–탐구–과학 개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육의 본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직업계 코스로 진학한 학생들도 성인이 되어 현장에서 과학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LUMA의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아카데믹 코스와 직업계 코스가 모두 동등하게 존중받고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핀란드의 과학교육 철학이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 Aalto University Junior: 돈 없어도, 성적 나빠도 괜찮아!
Aalto University Junior는 알토 대학교 산하에서 운영되는 교육 허브로, 초·중·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워크숍과 체험형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 자원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핀란드 과학·수학·기술 교육 네트워크인 LUMA Centre Finland의 일원으로 전국적인 교육 확산에도 이바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참여 조건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학생의 성적이나 가정 배경과 무관하게, 담당 교사의 추천을 받아 학급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많은 돈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성적이 좋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를 맞이해준 Junior의 교육 플래너 Pilvi Saaristo의 말처럼, 핀란드의 공교육 체계 덕분에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 약 60~80개의 워크숍이 운영되며, 화학·기술·예술뿐 아니라 경제·사회 분야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또한 Junior는 여학생 대상 STEM 교육 확대와 경제 교육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학생들이 금융·경제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성별 격차 해소와 미래 사회 역량 강화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었다. ![]() ![]() LeTech Lab: AI와 함께하는 새로운 배움
개별화 교육이 특징인 핀란드에서는 AI가 실제 교육에서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Aalto University의 전산학과 LeTech Lab을 방문했다. 먼저,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을 시연하고, 그들 역시 자신의 프로그래밍 학습에서의 AI 교육 연구 성과를 공유해 주었다. 우리 연구팀의 AI-기반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에 대해 "AI가 1차 템플릿 피드백을 생성하고 교육 멘토가 이를 조정하는 아이디어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라고 Arto Hellas 교수가 의견을 주었다. 서로 간의 시스템 공유를 통해 AI 기반 교육 기술과 인간 중심 학습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Jari Metsämuuronen 교수와의 인터뷰: 점수가 아닌 성장을 보는 평가
Turku 대학교의 Jari Metsämuuronen 교수와의 만남은, 영재교육에서 평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핀란드 교육평가 분야의 권위자인 Jari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도입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똑같은 문제만 반복하면 일관성은 확보되지만, 실제 학습과는 멀어질 수 있어요.” 핀란드 교사들은 단순한 시험 점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학생의 학습 태도와 과정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데, 실제로 여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수업 참여도와 태도가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수님은 또한 평가가 학생의 배경이나 언어 능력 차이로 인해 불공정해서는 안 된다며, 적응형 평가·다언어 지원·교사 관찰 기반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교수님의 학자다운 세심함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본인과 동료가 게재한 핀란드의 수학 고도 영재 관련 논문 몇 편을 직접 우리말로 번역해 이메일로 보내주신 것이다. 혹여 우리가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할까 봐 미리 준비해 주신 배려 덕분에, 핀란드에서도 수학 고도 영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우리가 배운 것들
우리는 지난 8/29(금)~9/(6), 6박 9일간의 핀란드 교육기관 방문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영재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핀란드는 ‘선별된 소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별도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없어도 개별화와 차별화를 통해 각자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둘째, 교육 기술의 균형적 활용. AI나 첨단 기술을 무조건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학습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핵심은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에 있다는 철학이 일관되게 드러났다. 셋째, 교사 전문성의 중요성. 모든 교사가 석사학위를 갖추고, 높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개별 학습자들에게 ‘학습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핀란드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모든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하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실제 학교 교실과 교사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에는 꼭 핀란드 교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개별화 교육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핀란드가 보여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 철학을 한국 교육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 나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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