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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ollege Board 방문기 -한국 AP제도의 새로운 길을 찾다.- | ||||||
작성자 | 과학영재교육연구원-최고관리자 | 작성일 | 2025-06-30 17:4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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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 | ***.***.***.18 | 조회수 | 65 | |||
카테고리 | Issue | |||||
미국 College Board 방문기
- 한국 AP제도의 새로운 길을 찾다.
고교 단계의 대학 교육, 미국과 한국은 어떻게 다를까?
고등학생에게 대학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Advanced Placement(AP) 프로그램은 미국 교육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공동AP제도’라는 명칭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운영 철학과 구조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최근 미국 College Board를 방문한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은 미국 AP제도의 현장을 살펴보며, 한국 공동AP제도의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 미국의 AP 프로그램
미국의 AP 프로그램은 1955년 수학, 과학, 외국어 등 11개 과목으로 시작되어 1956년에 첫 시험을 실시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현재 AP는 예술, 영어, 학제간, 역사·사회과학, 과학, 수학·컴퓨터과학, 세계언어 등 7개 분야에서 총 40개 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약 500만 명의 학생들이 AP 시험에 응시하고 있으며, 60여 개국의 대학에서 입학 전형이나 학점 인정에 활용될 정도로 국제적 영향력이 크다. 시험 결과 5점 만점 중 평균 3점 이상, 일부 대학은 4점 이상을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대학 입학 후 조기졸업이나 복수전공, 교환학생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AP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규모와 범위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를 위한 지원 체계의 정교함 때문이다. AP Classroom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한 학습 콘텐츠 제공을 넘어 학생의 성취도 분석, 학습 계획 수립, 시간 관리까지 지원하는 디지털 학습 보조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어 지속적인 학습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AP 시험 이전 단계로 9~10학년을 대상으로 한 Pre-AP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조기 진입이 가능하며,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AP 시험 자체의 운영 방식도 체계적이다. 문항 개발은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주관식 문항은 ‘AP Reading’이라는 전문 채점 시스템을 통해 분석된다. 이 과정에 참여한 교사들은 단순한 채점 이상의 교육적 통찰을 얻게 되며, 이는 교사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더불어, AP 지도교사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다. AP Summer Institute라는 명칭의 이 연수는 총 30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진행되며, 온라인과 대면 형식 모두 가능하다. 연수 내용은 교육과정 및 평가 기준 이해, 교수법 개발, 디지털 학습 도구 활용 등 다양하며, 이수자에게는 전문성 개발 학점이 부여된다. 해당 분야의 전공학위를 필수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학교에 따라 연수 이수를 조건으로 AP 과목 지도를 허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공동AP제도
한국에서 AP는 2003년 KAIST와 한국과학영재학교 간의 학점 인정 협약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기술특성화대학(KAIST, POSTECH, GIST, DGIST, UNIST) 간 공동AP 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과학고등학교까지 확대하였다. 이 제도는 과학고등학교 및 영재학교 학생들의 심화학습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학과의 교육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현재 전국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학고등학교에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정보 등 5개 교과 영역, 총 14개 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한국 공동AP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과목별로 해당 대학 교수진이 강의계획서, 수업자료, 평가자료 등을 검토한 후 학점 인정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시험 방식은 미국처럼 통일된 중앙 시험이 아니라 각 학교 내부의 평가에 기반하므로, 교실 수업 중심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미국 AP가 입시 활용도까지 포함하는 제도인 데 반해, 한국 공동AP는 해당 대학 진학 시에만 학점으로 인정되며 대학입시에는 직접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한편 한국 AP 교원 요건은 비교적 엄격하다. AP 담당 교사는 해당 전공 분야의 석사 이상 학위를 소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매년 60시간 이상의 연수를 이수해야 지도 자격이 주어진다. 이 연수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기초과목을 중심으로, 각 AP 교과목의 내용과 운영 방식, 평가 기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연수는 직무연수 형태로 30시간(2학점)이 개설되며, 집합연수와 온라인 연수로 병행 운영된다. 또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교수와 고교 교사 간의 이해 증진과 협력을 위한 연례 워크숍도 개최되어 제도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공동AP 교육과정을 수강한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학습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일부 대학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정식 AP 수강생을 위한 체계적인 학습지원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AP Classroom과 같은 디지털 학습 플랫폼의 부재는 한국 AP제도의 주요한 보완 과제로 지적된다. ![]() 미국의 AP제도와 한국 공동AP제도의 차이점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AP 제도는 공통적으로 ‘고등학교에서의 대학 수준 교육’이라는 목표를 추구하지만, 그 접근 방식과 철학은 크게 다르다. 미국 AP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인문사회 과목을 비롯한 학문 전 분야를 포괄하는 범용적 제도이며, 글로벌 표준을 지향하는 중앙 통합형 모델로 운영된다. 반면, 한국의 공동AP는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소규모 전문 프로그램으로,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좀 더 집중된 선별성과 연계성을 강조하는 계획 기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시장 중심 운영을 특징으로 하며, 한국은 공공 기반의 교육 정책 연계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AP는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의 객관적인 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 공동AP는 각 학교의 내부 평가에 의존하고 있어, 평가의 일관성 확보는 어렵지만 교실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국제적으로 학점을 인정받는 미국 AP와 달리, 한국 AP는 특정 대학에 진학시에만 학점을 인정받는다. 미국 AP는 대학 입시에 활용되고 한국 AP는 대학입시에는 활용되지 못하지만 AP학점을 인정 받은 학생들은 이를 활용하여 조기졸업이나, 복수전공,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등의 보다 확대된 기회를 가지는 면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점: 한국 AP제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두 제도 중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각국의 교육제도는 사회적 맥락과 정책적 목표에 따라 최적화되어야 하며, 장점과 한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AP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온라인 학습 지원 체계 구축, 교사 지원과 전문성 확보 및 수급 구조 개선, 평가의 표준화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질 관리 체계 강화가 절실하다. 또한 지속적인 운영 평가와 개선을 위한 피드백 시스템도 병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고등학교 단계에서 대학 교육을 제공하는 AP제도는 단순한 학점 취득의 수단을 넘어, 학생들의 학문적 성장과 대학-고교 간 교육 연계의 촉진제가 되어야 한다. 이번 미국 College Board 방문은 한국 AP제도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으며, 앞으로의 제도 설계와 정책 개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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